전형적인 재즈 트리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가장 푸디토리움 다운 음악으로 돌아오다!
세련되고 이국적인 사운드의 감성 음악으로 국내 음악계 및 영화계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푸디토리움(김정범)의 3부작 중 두 번째 앨범 ‘프롤로그 [Prologue : Hope]’로 돌아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작 ‘에피소드 [Episode : Hope]’가 피아노와 현악기의 이질적 조화를 미니멀리즘 컨템포러리 장르를 통해 강조한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이라는 최소한의 리듬 섹션을 통해 기본적이고 단순한 음악의 본질에 충실하며 깊이 있는 음악적 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전형적인 재즈 트리오의 구성은 각 악기의 개성과 역할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들 악기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악적 흐름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멜로디와 리듬이 조화롭게 얽히면서도, 각 악기의 본성을 유지하며 듣는 이에게 거대한 음악적 에너지를 전달한다.
전통을 넘어선 재즈 트리오의 창조적 실험
‘프롤로그’의 구성은 단순히 피아노가 멜로디를 주도하고 베이스와 드럼이 이를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각 악기가 독립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전통 재즈와 사뭇 다르다. 피아노는 때로 왼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고, 양손이 전혀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거나, 멜로디 대신 리듬과 화음에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동서고금의 음악 전통에서 볼 때 다소 파격적인 시도일 수 있지만, 이는 푸디토리움이 이번 앨범을 통해 추구한 창조적 비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주목할 점은 리듬 세션이 단순히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리듬과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주도적으로 음악을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콘트라베이스는 전통적인 리듬과 루트음을 제공하는 동시에, 힙합의 루프 음악처럼 긴 프레이즈를 반복하며 주 멜로디로 곡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 드럼은 예전 소울 음악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브라질 민속 음악의 리듬을 녹여내어 이국적이고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스틱과 브러쉬를 적절히 사용하여 쉐이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심한 장치들이 이번 앨범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주된 요소가 되었다.
재즈의 깊이를 더한 협업과 ECM 사운드의 재현, 아티스트들의 독창적 비전이 빛나는 앨범
‘에피소드’ 앨범에 이어 푸디토리움이 직접 피아노 연주로 참여한 이번 ‘프롤로그’는 대한민국 대표 재즈 드러머 신동진과 세계 재즈 무대에서 활동하는 베이시스트 황호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들의 노련하고 깊이 있는 호흡은 재즈 트리오 음악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번 음반의 사운드에서도 푸디토리움의 기술적 지향점이 돋보인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류이치 사카모토, 박효신, 정준일, 정재일, 요요마 등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경험이 있는 강효민 엔지니어가 맡았다. 성신여대 브릭윌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번 작업은 오랜 기간 푸디토리움과 함께 작업해온 강효민 엔지니어의 노련함과 탁월한 호흡 덕분에 최상의 음향을 선사한다. 연주자들과 엔지니어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ECM 레이블의 1980년대 앨범의 사운드를 참고했다. ECM 레이블의 창업자이자 레코딩 엔지니어였던 맨프레드 아이어의 손길이 닿은 당시의 사운드는 오늘날 어쿠스틱 음반의 교과서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들의 작업에도 이러한 이상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의 영향을 강하게 미쳤다. 이러한 기술적 비전은 앨범에 독창적이고 풍부한 사운드를 더해주었으며, 푸디토리움과 그 팀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이번 앨범은 타임리스한 ECM 레이블 사운드의 이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어쿠스틱 음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삶의 특별한 순간들과 음악적 연결 고리를 찾아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 속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 ‘프롤로그’에서는 그가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아이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경험한 감정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음악은 마치 사진처럼 마음속에 걸어두었던 그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어 연결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어릴 적 처음 여름 폭우를 맞으며 뛰어놀았던 그 자유로운 감정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치 써크 엘루아즈의 ‘레인(Rain)’ 공연에서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생에서의 찰나의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가장 소중한 향수(nostalgia)로 남는다. 푸디토리움은 이번 앨범에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것이 아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은 다르지만, 그 순간들을 공유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앨범의 청취자들이 자신의 기억 속 특별한 순간들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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