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휘 [나태함과 여름밤]
여름만 되면 알 수 없는 나태함에 빠져 펑펑 울다가 더 이상 이제 울기만 하면 안 되겠다. 지금은 문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겠지만 적어도 이제 울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당장 내 머리 위로 세찬 비가 쏟아진대도 비를 피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아니, 피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나를 망가뜨리고 싶었나.
문득 나태함과 여름밤은 너무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의 여름밤은 그러했다. 모순적이게도 나의 혐오와 무기력은 사랑과 열망이라는 단어들에게서 태어났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미워했고 꿈을 열망해서 무기력했다. 그 모순적인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떠다니던 그 여름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