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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에, 네가 무식허구나. 형산백옥과 여수황금이 물각유주라, 임자가 각각 있는 법이니 잔먈라고 빨리 불러 오도록 허여라." , "예이."
중중머리) 방자, 분부 듣고 춘향부르러 건너간다. 겅거러지고 맵씨있고 태도 고운 저 방자 세속없고 발랑거리고 우명스런 저 방자, 서왕모묘지연의 편지넌터 청조처럼 말 잘허고 눈치있고 영리한 저 방자, 쇠털벙치, 궁초 갓끈 맵씨있게 달아 써 , 성천동우주 접저고리, 삼승버선,육날신을 수지빌어 곱들매고, 청창옷 앞자락을 뒤로 잦처 잡어매, 한발 여기 놓고 또한발 저기 놓고 충충거리고 건너간다. 조약돌 덥석 집어 버들에 앉은 꾀꼬리 툭 처 휘여쳐 날려보고, 장송가지 툭 꺽어 죽장 삼어서 좌르르 끌어 이리저리 건너가, 춘향추천허는 앞에 바드드득 들어서 춘향을 부르되 건혼이 뜨게, "아나 옜다. 춘향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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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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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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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4 |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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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그때여 춘향 모친과 향단이는 여러 기생들 앞세워 집으로 돌아가고, 춘향만 홀로 옥방에 앉어 신세 장탄으로 울음을 우는디, (세마치) ""옥방이 험탄 말은 말로만 들었더니 험궂이고 무서워라. 비단보료 어디 두고 헌 공석이 웬일이며, 원앙금침 어디 두고 짚토매가 웬일이냐? 천지 삼겨 사람 낳고 사람 삼겨 글자 낼 제, 뜻 '정'자 이별 '별'자를 어느 누가 내셨든고? 이 두 글자 내논 사람은 날과 백년 원수로다."" 울며 불며 홀연히 잠이 들어 장주가 호접되고 호접이 장주되어 편편히 날아가니 반반혈루 죽림 속에 두견이 오락가락, 귀신은 좌림허고 적적한 높은 집에 은은히 보이난디, 황금대자로 새겼으되 '만고열녀 황능묘'라 둥두렷이 걸렸거날, 이몸이 황홀허여 문전에 배회헐 제, 녹의 입은 두 여동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전 예 하여 여짜오되, ""낭랑께서 부르시니 나를 따라 가사이다."" 춘향이 여짜오되, ""미천한 사람으로 우연히 이 곳에 와 지명도 모르는데 어떠하신 낭랑께서 나를 알고 부르리까?"" ""가서 보면 알 것이니, 어서 급히 가사이다."" 여동 뒤를 따라 내전에 들어가니, 무하운창 높은 집에 백의 입은 두 분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보고 반기여겨, ""니 비록 여잘 망정 고금 사적 통달허여 요녀순처 아황 여영 우리 형제 있는 줄은 너도 응당 알리로다. 이 물은 소양강, 이 숲은 반죽이요, 이 집은 황능묘라."" 동서묘으 앉인 부인 천만고 효부 열녀로다. ""너도 절행이 장허기로 인간 부귀 시킨 후에 이리 다려올까 허여, 서편으 빈교가 너 앉을 자리로구나. 오날 너를 청하기는 연약한 너의 몸에 흉사가 가련키로 구완차 불렀노라. 이것을 먹으면 장독이 풀리고 아무 탈이 없으리라."" 술 한잔, 과실 안주 여동시켜 주시거늘 돌아 앉어 먹은 후에 낭랑이 분부허시되, ""너의 노모 기달리니 어서 급히 나가 보아라."" 춘향이 사배 하직허고 깜짝 놀래 깨달으니, 황능묘는 간 곳 없고 옥방에 홀로 누웠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부인 모시고 황능묘나 지킬 것을 이 지경이 웬일이여."" (중모리) 춘향 형상 가련허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에 생각나는 것이 임뿐이라. ""보고 지고 보고 지고 보고 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 지고, 서방님과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부모 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뜻이 솟아서 비치고져. 막왕막내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히 보며 전전반측 잠 못이루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허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 볼까, 이화일지 춘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와도 임으 생각 녹수부용채련여와 제롱망채엽에 뽕 따는 정부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라. 날보덤은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에 도련님을 못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섰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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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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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렇다시 세월을 보낼 적에, (자진모리) 그때여 도련님은 서울로 올라가 글공부 힘을 쓸 제, 춘추사략 통사기, 사서삼경, 백가어를 주야로 읽고 쓰니 동중서문견이요, 백락천 계수로다. 금수강산을 흉중에 품어 두고 풍운월로를 붓끝으로 희롱헐 제, 구가 태평하야 경과 보실 적에 이도령 거동 보소. 장중에 들어가니 백설백목 차일장막 구름같이 높이 떴다. 어탑을 양면허니 홍일산, 홍양산, 봉미선이 완연허구나. 시위를 바라보니, 병조판서 봉명기, 도총관, 별련군관, 승사각신이 늘어섰다. 중앙의 어영대장, 선상의 훈련대장, 도감중군 칠백 명,삼영군의 가재창 일광을 희롱헐 제, 억조창생 만민들, 어악풍류 떡쿵, 나노나 지루나, 앵무새 춤추난ㄴ 듯, 대제학 택출허여 어제 내리시니, 도승지 모신 후에 포장우의 번듯, 글제에 허였으되, '일중과 월중광 성중희 해중윤' 이라, 둥두렷이 걸렸거날, 이도령 거동 보소. 시제를 펼쳐놓고 해제를 생각허여 용지연의 먹을 갈아 당황모무심필 일필휘지 지어내어 일천의 선장허니, 상시관이 글을 보시고 칭찬허여 이른 말이, "문안도 좋거니와 자자비점이오, 구구마다 관주로다." 장원급제 방 내거니, "이몽룡 신래이! 신래이!" 정원 사령이 나온다. 정원 사령이 나와 청철릭 앞에 치고 자 세 치 긴 소매를 보기 좋게 활개를 처어, 정원 연못가의 참나무쟁이를 뒤얹혀, "이준상 자제 이몽롱, 이몽룡!" 이렇듯 외는 소리 장중이 뒤집혀 춘당대 떠나간다. 선풍도골 이몽룡 세수를 다시 허고, 도포 떨어 다시 입고, 정원 사령 부액하야 신래진퇴헌 연후, 어주 삼배 내리시니 황송이 받아 먹고 천은을 배사허고 계하로 나오실 제, 머리 우에 어사화요, 몸에난 청포흑대, 좌수옥홀이요, 우수홍패로다. 금의화동은 쌍제를 띠었난디, 누하문 밖 나오실 제, 청노새 비껴 타고 장안 대도상으로 이리 가락 저리 가락, 노류장화는 처처에 자잤난디, 고사당참알허고 부모전 영화허니, 세상에 좋은 것은 과거밖에 또 있느냐. 초입사 한림, 주사, 대교로 계실 적에, 그때 나라 경연 들은 전라 어사를 보내시는구나. 이몽룡 입시시켜 봉서 한벌 내어 주시니 비봉에 호남이라. 사책, 유척, 마패, 수의를 몸에 입고 본댁에 하직허고 전라도로 내려온다. (휘모리) 남대문 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청패, 배다리, 애오개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사근내, 미륵댕이, 골사그내를 지내어 상유촌, 하우촌, 대황교, 떡검거리, 오무장터를 지내어 칡원, 소사, 광정, 활원, 모로원, 공주, 금강을 월강허여 높은 한질, 널테, 무넴이, 뇌성, 푹개, 닥다리, 황화정이, 지아미 고개를 얼른 넘어 여산을 당도허였구나. (아니리) 그때여 어사또는 여산이 전라도 초입이라서리 역졸을 각 처로 분발헐 제, (자진모리) "서리!" "예이." "너희들은 예서 떠나 우도로 염문허되 예산, 익산, 함열, 옥구, 김제, 타인으로 돌아 내월 십오일 오시 남원 광한루로 대령하라!" "예이." "역졸! 너희들은 예서 떠나 좌도로 염문허되 고산, 금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으로 돌아 광양, 순천, 홍양, 낙안, 보성, 장흥, 강해남, 진수령을 넘어 영암, 나주, 무안, 함평, 화순, 동북, 광주로 염문허되 국곡투식 허는 놈, 부모 불효 허는 놈, 형제 화목 못하는 놈, 술 먹고 취주 잡담, 피색으 범하는 자, 낱낱이 적발허여 내월 십오일 오시 남원 광한루로 대령하라!" "예이, 그리 하오리다." (중모리) 좌우도로 분발허고 어사 행장을 차리는구나. 과객 맵씨를 차리는구나. 질 너룬 제량갓에 죽영 갓끈을 달아 쓰고, 살품 높은 김제 만근, 당팔사 당줄을 달아서 뒷통나게 졸라 쓰고, 수수한 삼배도복 분합대를 둘러 띄고, 사날 초신, 길보신에 고운 때묻은 세 살 부채, 진짜 밀화 선초를 달아서 횡횡 두르며 내려올 제, 어찌 보면 과객 같고, 또 어찌 보면 공명을 하직허고 팔도를 두루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랸 듯, 썩 몰라보게 꾸몄난디, 인적적 노중에난 마상으로 오시다가, 광야 너룬 행로에난 인마는 뒤에 세우고 완보로 내려올 제, 전라 감영을 들어가서 선화당 구경허고, 남원 주인을 찾어가서 종두지미를 안 연후에 임실읍을 얼른 넘어 노구 바위를 올라서서 보니 여기서부터는 남원땅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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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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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어사또 그곳에 당도허여 "자, 수고들 허시오. 농부 중 좌상이 뉘시요?" 한 농부 썩 나서며, "예댁은 거주 성명이 무엇이요?" "이리 저리 다니는 과객이 무슨 거주가 있겠소. 좌상 성명이 무엇이요?" 한 농부가 썩 나서더니 "예, 나 태서방이오." 어사또 생각허되 "그렇지 남원이 전진방태가 많이 살겄다. 그럼 고을 일도 잘 아시겄소 그려." "우리같은 농부가 무슨 일을 알 것이요마는, 들은대로 말을 허자면 우리 고을은 사망이 물밀 듯허지라우." "아니 어찌 그렇단 말이요?" "원님은 주망이요, 아전은 원망이요, 책실은 노망이요, 백성은 도망이라, 이리 해서 우리 고을은 사망이 물밀 듯허지라우." "이 고을 일도 말이 아니구려. 이왕에 말이 났으니 한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남원의 성춘향이가 어찌 되었소?" "성춘향이로 말할 것 같을 지경이면은 올라가신 구관 자제 도련님과 백년가약을 맺인 후에 지금 수절을 허고 있는 중, 뜻밖에 신관 사또가 내려와서 수청 아니든다 허고 중장을 때려 옥에다 가뒀난디, 아 내일 본관 사또 생신 끝에 춘향을 잡아다 죽인다 합디다." 어사또 춘향 일이 급했다는 듯이 농부들과 작별허고 한모롱이 돌아서니, (창조 도섭) 그때여 춘향이는 옥방에 홀로 누워 서울로 편지 한 장 써서 지자시켜 보내는구나. (진양조) 이팔 청춘 총각 아이가 시절가 부르며 올라온다. "어이 가리너, 어리를 갈거나. 한양 성중을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 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디 가서 잠을 잘거나. 자룡 타고 월강허던 청총 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몇 날을 걸어서 한양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린, 어이 가리. 한양 성중을 어이 가리. 내 팔자도 기박허여 길품팔이를 허거니와 춘향 신세도 가련허네. 무죄한 옥중 춘향이 명재경각이 되었는디,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룡씨 어찌허여 못오신고." (아니리) 어사또가 그곳을 바라보니 저 애가 성춘향 편지 가지고 한양 가는 놈이로구나. "아해야! 이리 좀 오너라!" 아해가 돌아다 보며, "아니 바쁘게 가는 사람 어찌 부르요?" "얘, 얘! 너 이리 좀 오너라. 너 지금 어디 사느냐?" "나요? 나 다 죽고 나 혼자 사는 디 사요." "허허, 그놈 너 남원 산단 말이로구나." "허허, 그 당신 알아 맞추기는 바로 오뉴월 쉬파리 속이시요 그려." "네 이놈! 고얀 놈이로고. 그래, 너 지금 어디 가느냐?" "허허, 말이 났응께 말이지마는 남원의 성춘향 편지 가지고 한양 묵은 댁에 찾아가요." "허허, 그놈 어것지기는 제족 이상이로고나. 너 한양 구관댁에 간단 말이로구나." "허허, 그 당신 알아 맞치기는 바로 칠팔월 귀뜰미 속이시 그려." "네 이놈, 고얀 놈이로고. 이애, 얘! 그 편지 내가 좀 보면 안되겄느냐?" 방자 기가 막혀 "허허, 여보시요! 아니 남의 여자 편지도 함부로 못헐텐디 남의 여자 은서를 함부로 대로변에서 보잖말이요? 아이 요 실 양반 같으니라구!" "네 이놈! 니가 모르는 말이로다. 옛글에 허였으되, 부공총총 설부진 하야 행인이 임발우개봉이라 허였으니 잠깐 보고 봉해 주면 안되겄느냐?" "허허, 이 사람 보소. 껍닥 보고 말속 들어보니 문자 속이 기특허네 그려. 허, 이 사람 먹들었구나. 내가 꼭 안줄라고 허였는디 당신 문자 속이 기특해서 주니 얼릉 보고 봉해 주시오." 어사또가 편지를 받어 들고 "네 이놈! 저 한쪽에 가만히 앉었거라." 편지에 허였으되, (창조 도섭) "별후 광음이 우금 삼재에, 척서가 돈절허고 홍안이 없어매라. 천리를 바라보니 망안이 육천이요, 운산이 원격허니 심장이 구열이라. 이화에 두견 울고 오동으 밤비 올 제, 적막히 홀로 누워 상사 일념이 지황천노라도 차한은 난절이라. 무심한 호접몽은 천리에 오락가락, 정불지억이요. 비불자성이라. 오읍장탄으로 화조월석을 보내더니, 신관 사또 도임 후에 수청들라 허옵기에, 저사모피 허옵다가 모진 악형을 당하야, 미구에 장하지혼이 되겄사오니, 바래건대 서방임은 길이 만종록을 누리시고 차생에 미진한을 후생에나 다시 만나 이별없이 사사이다." (중모리) 편지 끝에다 '아'자를 쓰고, '아'자 밑에다 '고'자를 쓰고, 무명지 가락인지 아드드드득 깨물어서 평사낙안 기러기 격으로 혈서를 뚝뚝뚝 찍었구나."아이고, 춘향아! 수절이 무슨 죄가 되어 니가 이지경이 웬일이냐? 나도 너와 작별허고 독서당 공부허여 불원천리 예 왔는디, 니가 이 죽음이 웬일이냐?" 편지를 두 손으로 움켜 쥐고 "아이고 춘향아! 이를 장차 어쩔거나."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아니리) 그때여 방자가 어사또를 몰라 봤다 허되 수 년 동안 책방에 모시고 있었으니 그럴 리가 있겄느냐. 자세히 살펴보니 책방에 모시고 있던 서방님이 분명쿠나. 그 일이 어찌될 일이냐. (창조 도섭) "아이고 서방님!" (빠른 중모리) "소인 방자놈 문안이요. 대감마님 행차 후에 기체 안녕허옵시며, 서방님도 먼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었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중모리) "오냐, 방자야 우지 마라. 내 모냥이 이 꼴은 되었으나 설마 너의 아씨 죽는 것을 보겄느냐. 우지를 말라면 우지를 마라. 충비로다 충비로다. 우리 방자가 충비로구나." (아니리) 어사또가 생각허기를 저놈이 관물을 오래 먹어 눈치가 비상헌지라. 천기누설 될까 허여 편지 한 장 얼른 써서, "이애 방자야! 이 편지 가지고 운봉 영장전 빨리 가서 울리고 오너라." 편지 내용인 즉은 그놈을 멕이기는 잘 멕이고 며칠 붙들어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방자를 보낸 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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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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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조)
박석티를 올라서서 좌우 산천을 바라보니 "산도 옛 보던 산이요, 물도 옛 보던 물이로구나. 대방국이 노던 데가 동양물색이 아름답다. 전도유랑금 우래의 현도관이 여기련만, 하향도리 좋은 구경 반악이 두 번 왔네. 광한루야 잘있으며 오작교도 무사터냐? 광한루 높은 난간 풍월 짓던 곳이로구나. 저 건너 화림 중의 추천미색이 어디를 갔느냐? 나삼을 부여잡고 누수 작별이 몇 해나 되며, 영주각이 섰는 데난 불개청음을 허여 있고, 춤추던 호접들은 가는 춤풍을 아끼난 듯, 벗 부르난 저 꾀꼬리 손의 수심을 자어낸다." 황혼이 승시허여 춘향 집을 당도허니, 몸채는 꾀를 벗고 행랑은 찌그러졌구나. "대문에 부친 '입춘', 충성 '충'자라 내 손으로 부쳤더니 가운데 '중'자는 바람에 떨어지고 마음 '심'자만 뚜렷이 남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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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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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치)
그때여 춘향 모친은 후원에 단을 묻고 북두칠성 자야반의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를 맏쳐 놓더니,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나님 전 비나니다.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룡씨,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로나 양단간에 수의허여 내 춘향을 살려주시오. 이리 앉어 울음을 울 적에 춘향 모친은 향단이를 붙들고 향단이는 춘향 모친을 붙들어 안고 울며 불며 통곡을 헌다. (아니리) 그때여 어사또는 이 거동을 보시더니 "아, 내가 어사 허는 것이 선영 덕인 줄 알았더니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장모 비는 정성이 절반이 넘는구나. 내가 이 모냥으로 들어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상추 쌈을 당할 터이니, 한번 불러 보아 놓을 청할 수밖에는 없다" 허고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 춘향모 깜짝 놀래며 "아이고 얘, 향단아! 너의 아씨 생목숨이 끊게 되어 그러는지 성주 용왕이 모두 발동을 허였는가 바깥에서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를 허는구나. 잠깐 나가 보고 오너라." 향단이 충충 나가더니 "여보시요! 누구를 찾으세요?" "오, 너그 마나님 잠깐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마님 어떤 거지같은 분이 마나님을 잠깐 나오시래요." 춘향 모친이 이 소리를 듣더니 "형세가 이리 되니 저런 걸인까지라도 조롱을 허는가 싶어 홧김에 춘향 모친이 걸인을 쫓으러 한번 나와 보는디, (중중모리) "허허, 저 걸인아! 눈치 없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남원 부중의 성내성외 나의 소문을 못들었나? 내 신수 불길하야 무남독녀 딸 하나, 금옥같이 길러내어 옥중으 넣어두고 명재경각이 되었는디 무슨 정황에 동냥! 동냥 없네 어서 가소!" "어허 늙은이 망령이요. 동냥은 못주나마 박쪽 조차 깨난 격으로 구박출문이 웬일이요? 경세우경년허니 자네 본 지가 오래여. 세거인두백허니 백발이 완연허니 자네 일이 허 말 아닐세. 내가 왔네, 내가 왔네. 어허, 자네가 나를 몰라?" "나라니 누구여?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 명부지 헌디 내가 자네를 알 수 있나?" "내 성이 이가라 해도 날 몰라?" "이가라니 어떤 이가여? 성안성외 많은 이가, 어느 이간 줄 내가 알어. 옳제 인제 내 알았네. 자네가, 자네가 군목질도 일수허고 아림아림 멋도 있는 동문안 이 한량이 아닌가?" "아아아, 아니 그 이 서방 아니로세. "그러면 자네가 누구여?" "허허, 장모 망령이여. 우리 장모가 망령. 장모가 나를 모른다고 허면 거주 성명을 일러주지.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서방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춘향 엄마 이 말을 듣더니 우루루루 달려들어 사위 목을 부여 안고 "아이고, 이 사람아! 어찌 그리 더디 오는가. (느린 중중모리) 왔구나. 우리 사위 왔네! 반갑네, 반가워. 더디 춘풍이 반가워. 가더니마는 여영 잊고 편지 일장이 돈절키로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인제 오나.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 속으 쌓여 왔나? 광풍이 대작터니 바람결에 날려와? 춘수는 만사택이라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 왔나? 뉘 문전이라고 주저를 허며 뉘 방이라고서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 와서 주저만 허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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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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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애 향단아, 서울 서방님이 오셨다. 어서 나와 인사드려라." (중모리) "소녀 향단이 문안이요. 대감마님 행차 후에 기체 안녕허옵시며, 서방님도 먼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었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오냐 향단이 우지 마라. 내 모냥이 이 꼴은 되었으나 설마 너의 아씨 죽는 꼴을 보겄느냐? 이 얘 향단아 우지를 마라." (아니리) "이애 향단아! 고만 울고 거, 시정허니 나 밥 좀 줘라." 춘향 모친이 이 말을 듣더니 "아이고, 얘 향단아! 어서 닭 잡고 찬수 장만하고 그, 그 전에 보면 팥진지를 좋아하시니라. 팥 담상담상 놔서 어서 밥 지어라. 오 참 그러고 촛불이 급허구나." "장모 촛불은 무엇 헐라는가?" "수 년 동안 사위 얼굴을 그리워했으니 사위 얼굴 좀 봐야겄네." "내일 밝은 날 보소." (창조 도섭) "자네는 대장부라 속이 넉넉허여 그러지마는 나는 밤낮 주아료 기둘리고 바랬으니 사위 얼굴 좀 봐야겄네." (아니리) 향단이 촛불을 들여 놓으니, 춘향 모친이 촛불을 들고 사위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마는, "허허, 열녀 춘향 서방 꼴 좀 보소." (중모리) 들었던 촐불을 내던지며 "잘 되었네. 잘 되었네. 잘 되었네. 열녀 춘향 신세 잘 되었네. 책방에 계실 때난 보고 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생겼기로 믿고 믿고 믿었더니 믿었던 일이 모두 다 허사로구나. 백발이 흩날린 년이 물 마를 날이 없이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나 양단간에 되어 오라 주야 축수로 빌었더나 어사는 고사허고 팔도 상걸인이 되어 왔네." 후원으로 우르르르르르 쫓아 들어가 정화수 그릇을 번뜻 들어 와그르르르르르 탕탕 부딪히니 스내 강변이 다 되었네. 춘향 모친 기가 막혀 그 자리에 주저 앉어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이 일을 장차 어쩔거나." 방성통곡에 울음을 운다. (아니리) "장모, 날로 보고 참소. 그러고 시장허니 나 밥 쪼께 주소." "자네 줄 밥 없네, 아, 자네 줄 밥 있으면 내 옷에 풀해 입겄네." 향단이 곁에 섰다 민망허여, (빠른 중모리) "여보 마나님, 그리 마오. 아씨 정곡 아니 잊고 불원천리 오셨는디 대면박대는 못허리다." 부엌으로 들어가 먹던 밥, 제리 김치, 냉수 떠 받쳐 들고, "여보 서방님! 여보 서방님! 더운 진지 지을동안 우선 요기나 허사이다." (아니리) 어사또가 밥을 먹되 일부러 춘향 모친에게 미운 체 허느라고 휘모리로 다르르르르르르허니 장단을 맞춰 가며 밥을 먹는디 꼭 이렇게 먹든 것이었다. (휘모리) 원산 호랑이 지리산 넘듯, 두꺼비 파리 채듯,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중 목탁 치듯, 고수 북 치듯, 뚜드락 뚝딱 "어허, 잘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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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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