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박기영은 이를 기념한 일련의 앨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은 2023년 여름 발매된 일렉트로닉 앨범 《Magictronica》였다. 곧바로 자신의 대표곡을 새롭게 녹음한 베스트 앨범 《Love You More》를 선보였던 그녀는 2024년 가을 발매될 크로스오버 앨범과 함께 25주년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 세월 동안 팝과 발라드부터 모던 록, 어쿠스틱 팝, 일렉트로닉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박기영의 음악세계를 풍성하게 일구어 주었다. 그에 더해 가수로서 그녀의 정체성을 말해 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클래식 크로스오버다. 10여 년 전 tvN의 경연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녀에게 성악은 새로운 세계였다. 그러나 특유의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음색과 폭발적인 가창력은 대중음악을 넘어 클래식의 영역에서도 화려한 빛을 발했다. 그녀는 성악의 가창을 단순히 따라 하거나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 방식을 통해 팝에서도 클래식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천상의 판타지와 같은 깊은 감흥을 청중에게 선사해 주었다.
클래식 크로스오버 혹은 팝페라계의 새로운 디바로서 박기영이 지니는 무한한 매력은 새로운 크로스오버 앨범에서 확연히 엿볼 수 있다. 〈Nella Fantasia〉부터 〈동백 아가씨〉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성악곡과 오페라 아리아, 전통 가요에 이르는 다양한 곡들을 담은 이 앨범에서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깔끔하고 풍요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그 매혹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곡이 첫 번째 싱글로 먼저 공개되는 〈위대한 꿈〉이다.
〈위대한 꿈〉은 기존의 성악곡이 아니다. 이 곡은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중 〈목성, 환희를 부르는 자〉(1914)의 중반부 멜로디에 박기영이 새롭게 쓴 가사를 붙인 작품이다. 흔히 〈텍스테드(Thaxted)〉라 불리는 이 장엄한 테마 파트는 홀스트가 살았던 잉글랜드 에식스주의 마을 이름에서 따온 제목으로, 이후 1921년 만들어진 비장미 넘치는 영국의 조국 찬가 〈I Vow To Thee, My Country(조국이여, 그대에게 맹세하노라)〉의 바탕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가 홀스트의 선율로 이 아름다운 나라 사랑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딸이었다.
어느 날 박기영은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날 선 태도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우리나라가 멋진 나라이며 우리는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모녀는 서울의 5대 궁(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도슨트 투어를 함께하게 되었다. 각각의 장소가 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조선의 역사에 한 걸음씩 다가갔다. 제헌절의 날짜가 조선 왕조의 건국일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아이의 생각은 변해 갔다. 아이는 때로 감동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자신이 이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생겨났다고 했다. 딸아이만 그런 게 아니었다. 박기영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바람의 결과물이 바로 〈위대한 꿈〉이다.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경험한 벅찬 감흥을 노래에 고스란히 실었다. 우리가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바로 이곳,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힘겨워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노래하는 박기영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열정이 담겨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합창과 함께 잔잔한 슬픔을 머금은 듯, 그러나 강한 의지를 실어 힘차고 매끈하게 치솟는 그녀의 가창은 더없이 짜릿한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Park Ki Young 25th Anniversary CrossOver Album
1st Single 위대한 꿈 <The Greatest 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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