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팝, 재즈가 어우러진 도시 감성
R&B 황금기의 시티 그루브 ‘1993’
1993년의 빌보드 차트 1위 곡은 총 11곡. 그중 R&B가 무려 8곡이다. R&B 황금기였던 1993년, 당시 흑인 음악의 화두는 단연 ‘urban’이었다. 1970년대부터 도시화를 시작한 흑인 음악은 팝 음악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며 ‘콰이어트 스톰(quiet storm)’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고, 마이클 잭슨의 대성공 이후 팝과의 결합에 속도를 더했다. 대중과 계속해서 멀어지던 재즈 역시 퓨전 재즈로 분화되며 팝에 녹아들었고, 1990년대의 R&B씬은 소울, 팝, 재즈가 어우러진, 이른바 ‘도회적인 R&B’가 다채로운 스타일로 꽃을 피웠다.
나얼은 “Soul Pop City” 프로젝트 세 번째 곡 ‘1993’으로 30여 년 전 R&B 스타일을 소환했다. ‘1993’은 1990년대의 무드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콰이엇 스톰과 슬로우 잼의 연장선에 스무스 재즈의 DNA를 더한 멋진 그루브를 보여준다. 일렉트로닉 아날로그 패드 사운드로 시작하는 도입부, 도시 냄새 짙은 레트로 어반 EP 사운드와 신스 베이스, 베이스 슬랩과 재즈 필의 일렉 기타, 자신의 소울 충만한 보컬까지 더해 1990년대 흑인음악의 클리셰를 완벽히 재현했다. 특히 80~90년대를 상징하는 드럼머신 오리지널 롤랜드(Roland) TR-808의 마스코트인 카우벨이 리듬 파트에 양념처럼 자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며, 시크한 신스 리드 솔로와 어우러져 전형적인 90년대의 향수를 전해준다.
작곡, 작사, 편곡, 백 그라운드 보컬, 올 프로그래밍, 롤랜드 TR-808, 신스 베이스, 일렉트릭 피아노까지, 나얼 이름이 계속 이어지는 크레딧도 눈에 띈다. 그만큼 본인의 취향과 음악적 지향이 올곧이 담긴 곡이라 할 수 있으며, “Soul Pop City” 앨범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1993’과 앞서 발표한 “Soul Pop City” 수록곡들의 공통점은 ‘레트로’, ‘그루브’, ‘실험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과거의 한 시대를 연상시키는 복고의 매력,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감성을 두드리는 그루브, 당시의 수준 높은 음악적 실험을 다채롭게 담아낸 부분 모두 곡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앞서 발표한 ‘1985’와 이번 곡 ‘1993’의 비슷한 듯, 확실히 다른 스타일을 비교하며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