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월간 윤종신] 5월호 ‘초기화’
2024 [월간 윤종신] 5월호 ‘초기화’는 자신을 새로고침하여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어렵게 비워냈기에 비로소 채울 수 있게 된 마음. 과거를 뒤로했기에 드디어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된 마음. 그런 마음 상태를 전자기기의 포맷 상태에 빗대어 표현했다. 빨라진 속도와 넉넉해진 용량을 체감하듯 이전에 비해 홀가분해진 자신을 실감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탐색과 설치를 시도하듯 이전에 비해 분주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노랫 속 화자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새로운 사랑이 가능해진 마음과 초기화를 마친 전자기기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니가 뭐라고’, ‘메뉴’, ’이별 이별 이별’ 등을 만든 이상규, 박준식 콤비가 윤종신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어떤 추억은 아주 달콤해서 나를 지탱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추억은 영영 그늘이 되어서 나를 계속 좀먹기도 하는데요. 특히나 트라우마가 되어서 내 삶을 자꾸 멈추고 망가뜨리는 추억은 나 자신을 초기화하지 않고서는 결코 지울 수 없을 것만 같죠.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기억을 지우는 설정이 등장하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거예요. 기억을 지우지 않고서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사람들에게 다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겠죠. 노랫 속 화자에게 그런 초기화를 선물해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주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 이후의 시간을, 다시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순간을 바로 앞에 놓아주고 싶었어요.”
윤종신은 가사를 쓰는 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시도하는 크고 작은 초기화에 대해 생각했다. 머리를 자르고, 대청소를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이사를 하고, 여행을 하고…… 나를 한 번씩 비워내고 싶을 때 우리가 감행하는 일들. 내가 놓여 있는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우리가 실천하는 것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추억은 당최 날아가지도 지워지지도 않는다. 잠깐의 분위기 전환이야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은 나라는 운영체제 안에서 여전히 공간을 차지하며 언제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활성화되고 만다.
“사실 우리의 실제 삶에서는 초기화란 불가능하잖아요. 영화 속에서야 버튼을 누르고 기계를 돌리면 그만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어떤 짓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게 추억이죠.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월일 텐데, 그 세월을 빨리 감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기에 더더욱 막막한 거겠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는 한다는 거예요. 도대체 언제 지나갈까 싶은 시간이 모두 지나가고, ’어라? 나 이제 잘 살고 있네?’ 하고 달라진 자신의 상태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죠. 어느 날 문득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상태, 다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은 기대감이 감지되는 상태, 그런 상태가 아마도 가장 현실적인 의미의 초기화가 아닐까 싶네요.”
[5월호 이야기]
“나라는 컴퓨터는 한번씩 초기화를 해줘야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