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집 주인을 찾습니다]
건물명: EARTH
1. 귀가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String Arranged by steven
Vocal Directed by 진동욱
꿈만 같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곳은 나의 집. 구름 사이서 태어난 꿈을 감히 키워내야만 하는 우리들의 집. 나는 분명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다. 숨은 눈빛들이 온전히 나에게로 꽂힐 때쯤, 또 한 번의 방화가 시작되고.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타기 좋은 땔감이 되어가고...
2. ㅈㅣㅂ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String Arranged by 진동욱, steven
Vocal Directed by 진동욱
까만 연기가 뭐든 닥치고 잡아먹으려 안간힘을 쓰네. 불길이 쉽게 깰 수 없는 악몽처럼 뼈를 핥아 올라가네. 살려달라는 외침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몸은 평생의 불치병이려나.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열감이 두 눈을 찌르는 이곳. 정의로운 사이렌마저 갓난아기처럼 울어버리는 이곳. 이곳을 어떻게 집이라 부를 수 있니.
비명소리 이기는 웃음소리는 해체식의 기괴한 절정을 만들어내고. 성별도,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방화범들의 손엔 반딱한 소화기가 하나씩 들려 있네. 저들은 소화기의 사용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지.
3. 먹이사슬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Vocal Directed by 진동욱
살기 위한 짐승들의 관습적 체계. 물어뜯기는 와중에도 도망치려 버둥대는 얼룩말의 동공은 어느새 그녀와 닮아진 듯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화살표는 자라나는 소년들의 재미난 줄넘기가 되어간다. 우리는 과연 살기 위해 사슬에 묶여야만 하는가? 포식자와 피식자를 구분하려는 이유와 그 방식은 무엇인가? 이성적인 판단하에 결정될 수 있는 것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정의는 변질되고, 추락하고, 멸종된다.
4. 놀이터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Vocal Directed by 진동욱
엄마의 부름을 모른 척하고 미끄럼틀 사이서 내일 또 보자며 새끼손가락을 걸던 때. 그네 특유의 찝찝한 쇠 냄새도 마냥 좋던 때. 저를 여기로 데려온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땀에 절은 앞머리 맞대며 싸우다가도 똑같이 배분된 쌍쌍바 하나에 사르르 웃던 여기의 제가 제일 사랑스럽던가요? 모르겠지만 당신의 뜻 따라 오늘만큼은 알록달록한 추억들 품에서 뛰어놀래요. 아침이 밝아오고 두 신발을 덮던 모래가 공중 분해되어 아스팔트가 되더라도. 이 모든 것들이 돌아갈 수 없는 환상임을 이미 알고 있더라도.
5. 재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Vocal Directed by 진동욱
너의 아늑한 방. 유채꽃 패턴의 커튼을 간지럽히던 햇살을 잊을 수 없어. 좁은 침대에 구겨 넣은 우리의 사랑에 누군가 기름을 뿌렸던 날을 기억해? 그렇게 모든 게 타버려 힘을 잃어갈 때도 너는 괜찮다는 말을 되뇌이다 눈을 감았지. 범인을 찾아 죽이기 위해 잠 못 드는 밤에도 넌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내 앞에 꼬옥 붙어있었지. 네 덕에 나는 이제서야 그에 대한 감정들을 모조리 태웠어. 그냥 맑은 오후에 유채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어.
6. 생존법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String Arranged by steven
Vocal Directed by 진동욱
우리는 산 듯 죽어있고 죽은 듯 살아있지. 음과 양, 흑과 백, 생과 사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무중력 상태로 떠 있지. 내일이 내일이 될지 평생 알지 못하는 멍청이로 죽어간다지.
느리게 움직이는 손가락 끝에 무언가 닿았으면 좋겠고 너를 모르는 척하기는 정말 힘들어. 눈을 감고도 그려지는 게 사랑이니까. 산 듯 살아있다는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사랑뿐이니까.
사랑을 꼭 다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니야. 그치만 모든 건 아는 척에서부터 시작된단다.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우리는 마저 최선을 다해 최악을 사랑할 테다. 마침내 내일이 내일이 됐다지.
7. 보수공사
Lyrics by 한로로
Composed by 한로로, 진동욱
Arranged by 진동욱, 이새, 유병현, 배도협
Vocal Directed by 진동욱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그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할 거다. 울리는 쇳소리 박자에 익숙해지면 둘 넷에 맞춰 모두가 춤추고 노래할 거다. 우리의 집은 그렇게 차근차근 고쳐진단다. 고쳐낼 수 있단다. 맑은 아침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그래도 살아가는 우리를 빼닮은 살굿빛 컬러로.
어서오세요.
미움이라는 짐은 저기 내려두고 리모델링된 집부터 둘러보시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