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소리꾼 전병훈의 2024년 전통 신작, "창부타령 모음"
창부타령은 경기무가에서 파생된 소리로 노랫가락과 더불어 경기민요를 대표하는 곡이다.
한 절의 길이가 길고 사설에 따라 길게도, 짧게도 가락을 이어갈 수 있어
사랑, 인생, 부모공경 등 인생사의 다양한 이야기가 창자 저마다의 가락으로 불려왔다.
이와 같은 양상은 근래엔 축소되어 십여 개의 사설에
한 두 가지 선율형을 번갈아 붙여가며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본 음반에선 창부타령의 잊힌 사설과 가락을 회복하고자
52개 절을 다양한 소릿제로 불렀다.
다만, 단순히 사설을 나열한 것이 아닌 동일 주제,
같은 맥락의 4개 절을 엮어 한 트랙으로 수록하였다.
주제에 알맞는 사설이 부족한 경우 지난 작업인 <노랫가락 모음>에서
빌려와 적당한 길이로 편집, 가락을 얹어보기도 하였다.
가락을 붙일 땐 최대한 다양한 소릿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한 트랙에 4개 절을 부르는데, 도입을 올리는 절, 내리는 절, 중간으로 내는 절 등
동일한 가락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도하였다.
이번 음반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가락들은 특정 명창의 소릿제를 그대로 재현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20세기 초중반 유성기 시대의 박춘재, 김난홍 명창을 비롯해 1960-70년대의 지연화, 전태용, 전숙희 명창, 현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예능 보유자 이호연 명창 등 전병훈이 그동안 접하고 수학한 명창의 소릿제를 융합해 나름대로 소화한 것이다.
사랑을 노래하는 사설을 모은 트랙은 여창자와의 교창으로 녹음했는데
여창은 평소 전병훈과 친히 교류하는 최윤영 명창이 맡았다.
또한, "날 찾네"와 같이 서도 소리에서 공용되는 사설의 경우 서도 소리의 가락을 차용해보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사설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
유절 형식 민요의 절 단위로 다른 주제, 내용의 사설은
그 맥락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렵다.
<전병훈의 창부타령 모음>은 근래에 잊힌 여러 사설과 가락.
그 안에 담긴 전통 민요의 개성과 자유로운 예술성을
느껴볼 수 있는 음반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