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야외 테라스에서 책을 읽던 어느 봄날, 햇살이 눈 부셔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책을 덮었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을 감으니,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이 깨어나는 듯했습니다. 차의 향기와 바람의 감촉,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까치의 목소리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짐짓 잊고 있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나 봅니다. 시각에만 경도된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발견한 이 작은 틈이, 인간의 이런저런 감각 수용 기관은 여러 각도에서 이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습니다. 그날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