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ARA (키라라) [cts8]
앨범의 소개글이란 참 난감합니다. 늘 이곳에 누구의 어떤 글을 올려 저의 예술을 소개할지 고민하면서도, 이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 고민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어서, 이 글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은 늘 난감한 것 같습니다. 소중한 글이라고 생각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글을 부탁하곤 했었는데, 시대가 변하고 변하더니 이제는 이게 소중한지 잘 모르겠어서 원래 말이 많은 제가 직접 이번 앨범 소개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가입니다. 저의 전자음악은 대부분은 춤을 출 수 있는 댄스음악이고, 주로 비언어적인 방법이거나 괴상한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하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요즘은 정치적인 메세지를 우스꽝스럽게 전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을 꼭 우스꽝스럽게 전달해야만 하는 이유는 딱히 없지만,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듣는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여서 그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음악으로도 깊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고, 그 시도를, 지난 저의 정규앨범 [4] 이후로 발매했던 [cts7] 앨범에 이어 이번 [cts8] 앨범에서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구구절절한 소개글이 있는 앨범이 재밌어 보이진 않을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의 [cts8] 앨범을 저질 유머로 가득차 있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던게 저의 목표였는데, 글로는 여러분을 웃기지 못해 유감입니다.
’B급 유머‘ 를 품은 댄스음악이 미학적으로 정말 멋있다고 느낀 것은 Mr. Oizo 라는 프랑스 음악가의 앨범 덕분이었습니다. 서사가 무너지고, 엉뚱한 것이 튀어 나오고, 대관절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러면서도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음악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사실 그처럼 잘 되었는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늘 완벽한 음악만 발매했던 것도 아니고, 이 시도 또한 중요한 것이었다고 믿고 싶어서, 키라라의 [cts8] 앨범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Mr. Oizo 를 위한 헌정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유럽 아기’ 는 제가 암스테르담의 어떤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때의 기억으로 만든 음악입니다. 창 밖에 유치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유럽의 아기들이 귀엽다고 느꼈었습니다. 아장아장, 뒤뚱뒤뚱한 모습이 이 음악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아기를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것은 그다지 없습니다.
‘여야’ 는 제가 갖고 있던 음악의 재료들을 뒤지고 있던 랜덤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양의 어떤 퍼포머가 녹음했을 수많은 ‘yeah’ ‘yo’ ‘ya’ 등의 목소리 샘플들을 가지고 놀다가 이런 것이 나온 것인데, 여야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정치적인 메세지를 담은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그다지 아닌 이 역설이 웃겨서 발매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요즘 저는 정치가 너무 재밌습니다. YTN 돌발영상 같은 것이 제일 재밌습니다. 정치 국회의사당 이런것이 다 너무 웃겨서, 여야가 어쩌고 하는 음악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당이 어떻든, 야당이 어떻든, 어느 한 쪽을 가지고 뭐라 하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 음악을 발매하고도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싸움’ 의 곡 제목이 ‘인도싸움’ 인 이유는, 음악에 시타르 소리가 나오고, 싸우는 것 마냥 요란한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시타르 소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잘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비틀즈가 그랬고, 케미컬 브라더스가 그랬습니다. 저도 시타르를 사용하면 음악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습니다. 저는 언제나 뱁새의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ct23081’ 은 이 [cts8] 앨범을 기획하면서 동시에 기획했던 저의 다섯번째 정규앨범에서 수록이 누락된 곡들입니다. 이 곡이 저의 5집 앨범으로 가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더 다듬어진 유머로 가득 찰 저의 다음 앨범인 5집을 기대해주세요.
이 앨범은 저와 지금 음악을 함께 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 그리고 레슨생들의 리믹스와 함께합니다. 음악을 만들어 발매할 줄 안다는 저의 미미한 능력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저의 큰 기쁨일 것 같습니다.
저는 댄스음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제가 만들었던 그동안의 음악들이 슬픈 댄스음악이거나 한 꺼풀 벗겨내야 비로소 신나는 댄스음악들이어서 사랑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요즘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저는 무대 위에서 심각한 것과 신중한 것을 잘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관객에게 애써 우울한 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들었을 때 신나고 유쾌한 것이 댄스음악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발한 블랙코미디로 여러분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 시도는 저의 5집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공연하고 외주를 하고 레슨을 하며 음악으로 입에 풀칠하며 사는 저는 인천에 사는 멀쩡한 청년입니다. 생각보다 진중하게 이 유머를 만들었습니다. 더 멋있진 못해도 재밌는 것 꾸준히 하는 음악가가 되고자 합니다. 재밌게 들어주세요!
글 : 키라라 (음악가)
[크레딧]
기획 : 키라라
제작 : 까미뮤직
작곡, 편곡, 믹스 : 키라라 (1, 2, 3, 4)
마스터링 : 키라라
리믹스 및 커버 : Fat Hamster, Ahn Maru, Crusadope, Eumfy, eosa, Jean Rhee, summersnow, Vegetable Wife, 최미루, 백성준 baek sungjun
앨범 소개글을 쓴 사람 : 키라라
복숭아를 그린 사람 : 장명선
유통 : 미러볼뮤직
Special Thanks to 상상마당 아카데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