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 「너의 생각/울어버렸네」
“너의 생각이 나서 그 길을 따라 걸었지 / 너와 걷던 그 길의 반대편으로 / 처음엔 설렜지 그쪽을 쳐다보면 / 떨어져서도 들렸지 목소리가”라고 노래할 때, 노래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의 언어로 손지연은 노래의 풍경을 만들었다. 언어는 자유로우며 담백하다. 그는 스스로 “집중하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고 믿는다” 말한 적이 있지만, 이는 범인(凡人)에겐 없는 손지연만의 특별한 재능이다. 그는 늘 음악으로 줄 수 있는 감동에 대해 집중한다.
손지연이 18년 전 「실화 - My Life’s Story」를 갖고 세상에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음악에 놀라고 매료됐다. 음악이 품고 있는 자유로움과 신선함 때문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특별하게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독특한 발성이나 창법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의 세계가 진작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며 더 많은 이들과 자신의 세계를 맞닿게 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의 음악이 자유롭고 신선하다는 것이다.
‘너의 생각’과 ‘울어버렸네’는 2019년 발표한 싱글 ‘은밀한 이야기’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싱글이다. ‘은밀한 이야기’ 작업에선 중요한 이름 하나가 보였다. 낯선 사람들을 이끌었던 고찬용. ‘은밀한 이야기’에서 건반 연주를 맡았던 고찬용은 이번 작업에서도 조력자로 나서 손지연과 함께 음악을 완성했다. 처음 손지연이 등장했을 때 그는 한국 포크의 신성으로 불렸고,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에 포함됐다. 통기타를 든 포크 음악가로 인식됐다. 하지만 그동안 발표한 다섯 장의 정규 앨범 안에서 그가 인식보단 더 다양한 음악을 해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형식적인 면에서 이번 신곡 역시 우리가 알던 손지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어쿠스틱 기타보다는 건반 사운드가 전면에 나서고, 리듬은 은근하게 곡들을 받쳐준다. 손지연의 이름 앞에 늘 붙는 포크보다는 말쑥한 팝에 가깝다. 여기에서 손지연의 비범함은 또 한 번 빛난다. 담백하게 써내려간 가사는 무심한 듯하지만 더 깊은 여운을 남기고, 보컬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여러 감정을 전한다.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그 어떤 음악의 옷을 입혀도 거기에는 손지연스러움이 있다. 앞서 언급한 자유로움과 신선함이 손지연스러움을 만들었다. 만약 노래에 정말 자유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손지연의 음악은 맨 앞쪽에 위치할 것이다. ‘너의 생각’과 ‘울어버렸네’라는 독특한 팝송을 반복해 듣다 보니 이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음악평론가 김학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