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월간 윤종신] 2월호 ‘그깟 의미’
2024 [월간 윤종신] 2월호 ‘그깟 의미’는 의미의 홍수 속에서 도리어 의미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을 그린 곡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말풍선이 터지듯 습격하는 의미들과 점점 더 납작해지는 삶의 철학들로 넘쳐나는 일상을 담았으며,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공허를 표현했다. 너무 많은 주장과 가르침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지, 복잡한 삶을 견디려는 노력 자체를 무화시키려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묻는다. 윤종신과 이근호가 작곡을, ONEO과 송성경이 편곡을 맡았다.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삶의 철학과 태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참 많은데요. 그런 영상을 연이어 보다 보니 문득 내가 지표의 홍수, 철학의 홍수, 의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그렇게 의미를 찾고 또 이해를 구해보려는 노력 속에서 내 안에서 많은 충돌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전반적으로 모든 게 손쉬워졌다는 걸 체감하게 되고요. 세계적인 석학의 정수가 몇 문장으로 쉽게 요약되어 있고, 보는 즉시 이해가 가게끔 결론이 나있으니 내 안의 의문이나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달까요. 우리는 그 즉시 아 맞네, 그렇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죠. ‘좋아요’를 누르면 그 가르침이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뿌듯한 기분도 느끼면서요. SNS는 우리의 세세한 일상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방식 또한 바꿔놓은 것 같아요.”
‘그깟 의미’는 누군가 쉽고 알맞게 떠먹여 주는 의미에 대한 경계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내가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의미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때로는 모순적이고 비약적일지라도 내가 직접 살아낸 궤적만이 도출해 낼 수 있는 의미.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매끄러운 의미가 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방식으로 울퉁불퉁하게 존재하는 의미. 그것은 ‘생긴 대로의 나’를 향한 호기심과 믿음을 끊임없이 개발해야만 마주할 수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종신은 그럴듯하고 정답처럼 보이는 의미들에 이끌리기보다는 ‘생긴 대로의 나’가 들려주는 의미, 어쩌면 의미처럼 보이지도 않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제안한다.
“깨우침을 돕는 도구가 많아진 이러한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아요. 두껍고 어려운 책을 통해 배워야만 진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우리에게 점점 쉽고 편리하게 다가오는 각종 가르침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 무수한 의미들이 과연 내 삶으로 침투되고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누군가 미리 정리해 놓은 의미와 해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긴 대로의 나'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채로요.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의미, 바로 휘발되지 않고 내 안에서 깊이 새겨질 의미는 아마도 ‘생긴 대로 나’를 마주해야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노래가 여러분에게 ‘의미 너머의 나’를 찾는 질문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2월호 이야기]
“그 ‘생긴대로’를 살아봐야 안다는 거..그게 함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