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기 중에서]
아무리 어른스럽게 굴고 싶었어도 우리는 스무 살이었고 고작 스물셋이었다. 어디서 보고 들을 말들을 조합해 내 생각인 마냥 흉내 내며 멋진 척 굴던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텅 빈 것 같았다. 나의 어딘가가 부욱 찢겨 나갔다기보다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구멍들 사이로 무엇인가 줄줄 흘러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 구멍들을 막기엔 내 손바닥은 너무나 작았다. 그저 다 흘러나가길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흘러갔고, 내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어느 순간은 참을 줄도 알아야 했다. 어떤 말들은 참다가 쌓여 터져버릴지 모르지만, 어떤 말들은 사라지고 잊혀 질 것이다. 언젠가 그(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은 지금 다 사라지고 없다.
새로 올 그가 이 곳이 제 자리라고 느낄 수 있기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리를 돌볼 수 있기를, 사랑 없는 사랑을 말하지 않기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만을 바라볼 수 있기를. 누군가의 흔적에 우리가 상처받지 않기를, 다시 우리의 처음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