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바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몇 번의 계절을 나와 함께 보냈던 옛 연인이 내게 했던 말이다.
내가 더 노력을 하고 더 많은 진심을 보여준다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치기 어린 시절이었기에 난 나를 내려 놓으면서까지 그 인연을 이어가고 싶었다.
남들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근사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앞으로의 미래에 행복한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우리들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상처가 될법한 말들을 주고 받으며 싸우는 횟수 또한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우리의 다툼이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났을 때 그 원인을 내가 아닌 너에게서 찾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건 시간이 조금 흐른 후였다.
너에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핑계 삼아 이별의 원인은 내가 아닌 너에게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너에게 진심이었던 나의 마음에 취해있었을 뿐이었다. 그 진심은 진정으로 너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고 그랬기 때문에 너는 점점 더 지쳐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노력하는 바보’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너를 위한 노력은 진심이었을지도 모르나 너를 위한 마음은 성숙하지 못했다. 성숙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 우리가 갈라지게 된 진짜 이유였다.
이제서야 나는 우리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날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아보며 자리했던 수 없이 많은 미련들을 이제는 추억으로 덮으려고 한다. 너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 또한 나의 마음 한 편에 묻은 채 너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의 마침표를 찍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