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그가 연주한 타르티니의 악마적 영감이 최초로 공개된다.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0년 1월 25일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이번엔 그가 연주한 음악 역사상 가장 악마적인 영감을 공개한다.
트릴이란 하나의 음을 기준으로 위, 혹은 아래 음을 오가는 기법을 말한다. 이 트릴에 바로크의 작곡가 주세페 타르티니는 기어코 금지된 무언가를 불어넣은 듯하다. 그가 꿈속 악마에게 들은 음악을 고스란히 옮겨적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엔 ‘악마의 트릴’이란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권혁주에겐 그다지 문제 되는 것이 아니었다. 13살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는 너무나 쉽게 이 곡을 연주해내고 말았으니까. 여러분께 감히 이야기한다. 이 연주가 작은 소년이 악마의 바이올린을 완벽하게 정복한 전대미문의 사건임을.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이 위대한 승리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3세의 어린나이에 아직은 여리기만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현을 짚었고,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인 9살에 장학생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 권혁주. 이후 ‘하이페츠의 후계자’로 불리며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최초 우승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의 입상했던 그의 존재를 타르티니가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이 곡의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인간에게 이토록 쉽게 패배할 악마라면, 그건 너무나 시시한 것이 될 테니.
2020년이 되면 안타까운 이별이 있은 지도 벌써 햇수로 4년째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슬픔과 그리움이 점점 무뎌져가는 지금, 이 음악은 지난 2016년의 감정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 그가 너무 빨리 떠나간 것도, 그 빈자리가 주는 부재감까지도. 이제 한발 더 나아가자. 이제 이 음악이 우리의 슬픔을 치유하는 위로가 되길, 그리고 그리움을 이겨내는 소망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인간 권혁주는 곁에 없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생생하게 살아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Track]
Tartini: Violin Sonata in g minor 'The Devil's Trill'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