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그가 연주한 베토벤의 낭만이 담긴 바이올린 로맨티시즘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2000년 1월 25일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이제 그가 연주한 가장 로맨틱한 바이올린 멜로디를 들어볼 시간이다.
‘로망스’란 자유로운 형식의 음악으로 수많은 작곡가에 의해 쓰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베토벤의 ‘바이올린 로망스 2번’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 곡을 생각하는 데엔, 특유의 매끄럽고도 편안하게 흘러가는 바이올린 선율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또한 그래서 깨닫게 되는 것일까. 이 음악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3세의 나이에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이후 9살의 어린 나이에 장학생의 신분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 권혁주. 이후 ‘하이페츠의 후계자’로 불리며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최초 우승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의 입상까지. 이 모든 것을 이뤄낸 그가 이 음악을 통해 들려준 것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바로 ‘여유’가 될 것이다. 이 단어는 열심, 노력의 차원을 벗어난 가장 높은 경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얻기 힘든 것, 즉 거장들의 전유물로써 인식되온 것이다. 권혁주는 이 여유를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2번 연주를 통해 완벽하게 들려준다. 그 범위는 밀고 당기는 음악적 뉘앙스부터 지긋이 내리긋는 바이올린 보잉(bowing)까지 폭넓으면서도 섬세하다. 2000년 1월 25일, 만 13세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가 가장 고차원적인 이 감정을 완벽하게 구사해 낸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0년이 되었다. 그의 안타까운 이별이 있은 지 4년이 흐른 시간. ‘음악은 그때 그 시절로 되돌린다’는 말처럼, 그의 이 음악 또한 우리를 지난 과거로 데려가 준다. 13살의 어린 권혁주가 작은 손으로 바이올린을 켜던 그 시간으로, 그리고 기나긴 이별을 체감했던 2016년의 어느 날로.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과 빈자리의 부재감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자. 이 음악이 우리의 슬픔을 치유하는 위로가 되길, 그리고 그리움을 이겨내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인간 권혁주는 곁에 없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생생하게 살아 함께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Track]
Beethoven: Violin Romance No.2 in F Major Op.50 (베토벤: 바이올린 로망스 2번 F장조 작품번호 5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