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그의 명품 바이올린으로 느끼는 스페인 감성의 모든 것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0년 1월 25일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그가 연주한 스페인 감성 가득 담은 바이올린,
파블로 사라사테의 스페인 춤곡 중 3곡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스페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의 음악은 특별하다.
그는 당시까지 이어져 오던 진지하고도 엄숙한 바이올린 연주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연주로 온 유럽을 뜨겁게 달궜다.
여기에 유럽 속 다른 세상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감성이 얹어지면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사라사테만의 음악’이 완성된 것이다.
권혁주는 이 연주를 통해 사라사테의 감성에 ‘권혁주’감성을 섞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두 스타일이 합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우리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어떻게 이 놀라운 일이 가능했는지 바로 이해하게 된다.
3세의 어린 나이, 아직은 여리기만한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현을 짚었고,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인 9살에 장학생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 권혁주.
이후 ‘하이페츠의 후계자’로 불리며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최초 우승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까지.
그가 연주한 사라사테의 음악을 들으면 ‘독창성’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것’임을 입증하는 이 능력은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음악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권혁주의 연주는 이미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오직 하나뿐인 것]임을 몸소 증명한다.
그가 긋는 활 끝마다, 현을 짚는 손가락의 떨림 하나하나마다, 이 독창성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바이올린 연주]가 탄생한다.
사라사테와 권혁주의 아이덴티티가 합해진, 가장 독창적인 사운드로.
2020년,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이 되었다.
삶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만 가고, 그 속에서 그의 기억 또한 점점 희미해져만 간다.
바로 이때, 그가 남긴 음악들이 다시 우리 앞에 왔다. 이제 지난 기억들과 마주해 보자.
그가 남겨준 흔적들을, 그리고 그의 빈자리까지도.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자. 이 음악이 여러분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를 원한다. 또한, 그리움을 이겨내는 소망을 주길 바란다.
인간 권혁주는 곁에 없지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생생하게 살아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Track]
Sarasate: Spanish Dances Book II No.3 Op.22 No.1 Romanza andaluza
Sarasate: Spanish Dances Book I No.1 Op.21 No.1 Malaguena
Sarasate: Spanish Dances Book III No.6 Op.23 No.2 Zapatead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