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그의 바이올린으로 느끼는 모던 비르투오시즘의 정수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5년, 2011년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그가 연주한 외젠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중 5번(2005년)과 6번(2011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자이는 생전에 유럽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드뷔시, 프랑크, 생상스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음악을 헌정했을 정도로.
하지만 그는 이보다 훨씬 과거의 음악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바이올린에 마음을 뺏긴 것 같다
이자이 역시 바흐의 여섯 개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을 계승하는 여섯 곡의 솔로 소나타를 남겼으니까.
이 곡들은 바로크적 고고함과 20세기적 모던함이 더해진 작품으로서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권혁주는 이 여섯 곡 중 5번, 6번을 연주하였으며
각각 만 18세, 만 23세의 연주로서,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바이올린의 활을 잡고, 남들은 학교생활이 익숙해지는 9살에 장학생으로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 권혁주.
이후 ‘하이페츠의 후계자’로 불리며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최초 우승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입상까지.
그가 연주한 이자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명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장 훌륭한 작품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그렇기에 더더욱 아무 작품에나 붙여지지 않는다.
많은 음악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것도 이 칭호 때문이리라.
권혁주의 연주는 이미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명작’임을 몸소 증명한다.
물론 전문 스튜디오 레코딩이 아닌 실황을 불안정하게 녹음한 음원이어서 음질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최고의 전문가에 손길로 이루어진 리마스터 작업과
그 어떤 허점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권혁주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앞에서 음질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아니, 오히려 그가 긋는 활 끝 하나, 현을 짚는 손가락의 떨림 하나하나를 더욱 사무치게 전달하는 촉매제가 된다.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바이올린 연주]가 탄생한다. 이자이와 권혁주의 아이덴티티가 합해진, [명작]으로.
이제 음악을 들어보자. 유일하게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에 두 귀를, 그리고 마음까지도 전부 맡겨보자.
4년 전 그에 대한 기억도, 그때의 감정도 모두 희미해진 지금, 이 음악은 그때 그 시간으로 우릴 되돌려 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가보자. 멜로디와 화음 너머 숨겨진 가장 깊은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권혁주의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5, 6번 연주를 통해 진정한 음악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Track]
Ysaye: 6 Sonatas for solo violin Op.27 No.5 in G Major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Op.27 No.5 G장조)
Ysaye: 6 Sonatas for solo violin Op.27 No.6 in E Major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Op.27 No.6 E장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