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에른스트의 로시니 오페라-바이올린 환상곡을 연주하다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0년 1월 25일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그가 연주한 에른스트의 [로시니 ‘오텔로’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파가니니와 어깨를 겨누며 온 유럽을 무대로 활동한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의 행적은 오늘날까지 전해질 만큼 뚜렷했고, 화려했다.
또 그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일 뿐만 아니라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이는 에른스트가 당대 최고 인기 오페라 작곡가인 로시니의 오페라를 바이올린으로 편곡하여 그 인기를 고스란히 같이 누렸던 [로시니 오페라 ‘오텔로’를 주제로 한 화려한 환상곡]을 통해 알 수 있다.
권혁주는 만 13세의 나이에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 작품을 연주했고,
그의 러시아 유학 시절 ‘하이페츠의 후계자’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들려주었다.
이후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수 악단들과 협연하고,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올림푸스 앙상블 등 그의 수많은 활동을 했던 권혁주.
그와 에른스트가 묘하게 겹쳐지는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파가니니와 하이페츠, 각각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뒤를 잇는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권혁주가 연주한 에른스트의 환상곡을 들으면 한가지 알게 된다.
오페라와 악기 음악의 만남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 그것이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선율 중심의 음악]이다. 오페라 속 모든 것은 이 한 줄의 멜로디를 위해 존재한다.
권혁주의 바이올린은 이 선율을 완전히 다른 형태로 재탄생시켰다.
그의 손안에서 바이올린은 때론 폭발적인 정열을 내뿜다가도, 돌연 가장 감미로운 로맨스가 되어 우리의 귀를 간지럽힌다.
[칸타빌레], ‘노래하듯이’라는 의미의 이 말이 그와 퍽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음악을 들어보자.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것은 ‘음악이 곧 언어다’ 란 말과 다름 아니다.
4년 전 먼저 우리 곁을 떠났던 권혁주 역시 이 음악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수많은 말들을 남겨놓았다.
그의 바이올린 속 미묘한 음색 변화를 통해 대화속 감정기류를, 프레이징의 마무리를 통해 마침표를 느껴보자.
권혁주의 에른스트 [로시니 ‘오텔로’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연주를 통해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Track]
Ernst: Fantaisie Brillante on Rossini’s Othello Op.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