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슈만이 만든 두 개의 인격을 바이올린으로 풀어내다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4년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그가 연주한 로베르트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두 가지 정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를 내향성과 외향성이라 표현해보자.
누구든 둘 중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람은 없다. 사람은 활발하고 수다스럽다가도 또 어느새 차분하고 조용해지기 마련이니까.
로베르트 슈만은 이러한 본성을 음악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작곡가라 할 만하다.
그는 외향성에 ‘플로레스탄', 내향성에는 ‘오이제비우스'란 이름을 붙여 음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사용했고,
그 결과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또한 두 인격이 끌어가는 명작으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권혁주는 이를 가장 확실히 이해한 슈만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이었다.
그 이유로는 먼저 이탈리아 바이올린 명가 중 하나인 과다니니 가(家)의 악기를 후원받을 만큼,바이올린을 가장 완벽하게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일수도, 혹은 러시아 크렘린 궁의 초청 연주부터 갤러리의 살롱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연주 경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바이올린에도 이러한 [이중성]이 깊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로 음악에서의 테크닉과 감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음악가들에게 있어 이 두 가지는 동시에 구사하기 힘든 것이었다.
실력이 빼어나다고 해서 감성이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풍부한 감성이 높은 테크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혁주의 연주는 물과 기름 같은 두 가지를 섞이게 한 놀라운 것이었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우린 자연스럽게 느낀다. 흠잡을 데 없는 기술도, 그리고 그 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완성하는 특유의 감성까지도. 이 두 가지가 갖춰진 권혁주의 음악이, 역시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 두 가지를 갖춘 슈만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사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권혁주가 연주한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들어보자.
4년 전 먼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 그이지만, 이 음악만은 여전히 진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또한 권혁주의 테크닉과 감성이 어우러져 슈만의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제 이 음악이 여러분의 마음 또한 잔잔하게 울리길 바란다.
때론 외향적이면서 내향적이기도 한 우리이니, 이 음악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권혁주가 연주한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통해 [이중성]이 주는 감동을 깊이 느낄 수 있길,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Track]
Schumann: Violin Sonata No.1 in a minor Op.105 mov.1 Mit leidenschaftlichem Ausdruck
Schumann: Violin Sonata No.1 in a minor Op.105 mov.2 Allegretto
Schumann: Violin Sonata No.1 in a minor Op.105 mov.3 Lebhaf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