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주 [영원히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 과감한 음악적 축소를 통해 함축미의 극치를 이룩하다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그가 남긴 모든 음악을 기록해가는 프로젝트
2004년 연주 실황
아티스츠카드의 권혁주 메모리얼 프로젝트.
그가 연주한 에르네스트 쇼송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는 함축된 언어 예술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그 길이가 짧아질수록 더욱 많은 의미와 여운을 남긴다는 특징이 있다.
에르네스트 쇼송 또한 이러한 시의 특성을 십분 살려낸 작품인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를 만들었다.
이 곡은 불분명한 윤곽 속 은근히 드러나는 인상주의 프랑스적 분위기로 유명하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인기 음악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는 이 음악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다.
바로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편성을 피아노 단 한 대로 축소해버린 것이다.
물론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 만큼 충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가 이탈리아 바이올린 명가 중 하나인 과다니니 가(家)의 악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런 그가, 나머지 모든 악기를 전부 피아노 한대로만 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시가 지닌 특성, 함축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연주자가 함께하기에 큰 스케일의 음악을 들려준다.
또한 여러 악기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에 색채적이기도 하다.
에르네스트 쇼송은 이 거대한 소리의 팔레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사운드를 구축했고, 여기에 솔로 바이올린을 넣어 조화와 대비의 효과까지 표현해냈다.
하지만 권혁주는 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단 한대의 악기로 대신한다.
거대한 오케스트라는 사라지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한대씩만이 남은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어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두 악기가 서로 긴밀히 어울리며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압축된 음악이 전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것. 권혁주가 만들어낸 음악적 함축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제 권혁주가 연주한 쇼송의 [시]를 들어보자.
4년 전 먼저 우리의 곁은 떠난 그이지만 이 연주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이 남아 우리에게 무언가 이야기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다. 혹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시 속의 함축성을 즐기는 과정이란걸.
권혁주가 연주한 에르네스트 쇼송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를 통해, 음악 속 담긴 마지막 한 방울 정수가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Track]
Chausson: Poème Op.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