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달이 유난히 빠르게 저무는 듯합니다. 왼쪽 모서리에 슬그머니 나타나 창틀을 벗어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얼핏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조금씩 이동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줄곧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희망이라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어둠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빛이든 어둠이든 결국 바라보는 것은 나라는 인간이니까요. 모쪼록 조금은 나아질까요. 무뎌지거나 포기하지 않고도 편해질 수 있을까요. 나는 무엇을 보려 이 밤을 헤아리고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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