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y First Snow
2년 전, 눈이 머금은 소리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화의 출발은 '기존에 큰 사랑을 받았던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 , '찰나가 영원히 될 때'처럼 6/8박자 R&B 연작을 만들어보자.' 였으나 전작들과 너무 비슷한 마크툽 표 클리셰만을 그리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더 진솔한 주제와 진한 R&B의 정수가 필요했고 비로소 정한 테마는 바로 '첫눈' 이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눈 속에는 영혼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
*Love R&B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겨울.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첫눈을 '첫 만남에 마주친 눈'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풀어내 더 자유롭고 풍부한 표현들을 노래에 담고 싶었기에.
*모든 이들의 마음 깊숙히 어딘가에는 어린 날 첫눈에 대한 흑백 추억이 은밀하게 녹아있어서.
*내가 태어난 날에 첫눈이 내려서.
위 이유들로부터 출발해 2년 동안 묵묵히 작품을 무르익히며 제 자신도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노래'라는 것에 대해 새롭게 정의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게 ‘노래' 란 호흡을 통해 자연에게 받은 에너지를 다시 자연에게 아름답게 돌려주는 작업입니다.
고맙다고. 잊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사람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생명의 입김으로 속삭인 시'는 가인(歌人)이 바람이 된 이후에도, 그 바람조차 사라진 세계 이후에도 계속될 겁니다.
얼음 속에서도 불꽃을 피워내는 모든 이들에게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이 노래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큼은 반드시 닿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첫눈이 내리길 바랐던 어느 겨울날 그 마음으로 당신에게 '첫눈동화 (初雪㫡花)'를 보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