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더이상…”
써 놓고 보니 허풍이다. 심장 없는 허수아비의 엄살이다. 저렇게 노랫말의 운을 떼고 나니, 영혼을 말하지 않는 현세는 soulless 하다며 먼저 간 누군가가 부러워진다. 실은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요새 드림 요새” (나의 2017년 정규앨범) 이후 시간은 뭉텅뭉텅 장대한 웨이브를 무섭도록 가속해 왔다. 몇 번의 파도타기를 시도했을까? 해변에 선 나. 기억은 아득하다. 어떤 이유로 여기보다 다른 어딘가를 더 갈망했었지? “집으로 가려 해” 노래했던 게 나였나?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다려” “we are dying”이라 소리친 것도 나였나?
6년이 흘렀다. 비로소 다시 쓴다. one, two, three bungee!!! 이번에도 맨 땅에 헤딩.
죽음을 흉내 내듯 잠들고, 딴엔 부활인 양 눈을 떠선 벌건 눈으로 태양 아래 서서 숨을 쉰다. 나를 돌아보는 음악, 곧 나의 육신, 의식, 그리고 영혼.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어둠으로 돌고 도는 반복 끝에 남을 기록. 부조리의 장 (arena)에 던져진 절망 가운데서 남기는...
먼저 간 사람들, 지금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
함께 절망하고 희망하고 결국은 또 살아내고 싶은 바람. 다만 허영 없이 담아 내기를 스스로 당부하며.
2023년 가을, 아직 남아 있는 이승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