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낭만과 여유의 싸이키델릭-훵크 사운드, Khruangbin
멤버들의 보컬로 채워진 세 번째 정규 앨범 [Mordechai]
싸이키델릭 사운드의 르네상스를 가져오며 출중한 라이브 실력과 이국적인 낭만의 사운드로 미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우뚝 선 크루앙빈(Khruangbin). 신선하고 유니크한 싸이키델릭-훵크 사운드를 담은 리온 브리짓스(Leon Bridges)와의 프로젝트 앨범 [Texas Sun]으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가져왔던 이들이 새 앨범이자 세 번째 정규 앨범 [Mordechai]를 공개한다.
[Mordechai]는 국적이 모호한 음악적 뿌리, 싸이키델릭과 훵크(Funk)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운드 메이킹, 야생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돋보이는 리듬감 등 우리가 크루앙빈하면 떠올릴 수 있는 요소는 그대로 가져 가는 한 편 ‘노래’의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수록된 10곡의 노래 가운데, 노랫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 순수한 연주곡은 놀랍게도 네 번째 트랙인 ‘Father Bird, Mother Bird’와 마지막 곡 ‘Shida’뿐이다. 크루앙빈의 팬이라면 누구나 급진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이 변화는 프론트 우먼 로라 리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기나긴 투어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와 친구의 가족들과 떠났던 여행길에서 그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깨달음을 맞이한다. 그건 여행에서 중요한 건 다음 목표를 찾아 돌진하는 것이 아닌 여행 그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거란 사실이었다. 이 간단하면서도 특별한 성찰은 앨범의 제목마저 여행을 함께 떠났던 친구의 이름을 그대로 딴 ‘Mordechai’라 붙일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수 백 페이지의 글을 쉼 없이 써내려 간 로라 리의 열정을 곁에서 바라보던 밴드 멤버들은, 함께 만든 노래에 그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말들을 담을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조용히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들은 온통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우리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크루앙빈만의 노스탤지어한 사운드에 실려 퍼스트 클래스에서 차갑게 마시는 샴페인 한 잔이(‘First Class’), 흥겨운 디스코 축제가 남기고 간 눅진한 여운이(‘Time(You and I)’), 로라 리의 할아버지가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 보낸 편지뭉치에서 배어 있던 감정의 덩어리가(‘Dearest Alfred’) 가득 넘쳐 흐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