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시스테라피 2집[PSILOCYBIN]
때는 기원전 9000에서 7000년 사이. 아프리카 대륙의 알제리 타실리 지역의 어느 돌에 누군가가 처음으로 버섯을 그렸다. 6000년 전 스페인 어느 벽화엔 종교의식에 사용되었다고 하는 실로시베 히스패닉(Psilocybe Hispanica)이라는 버섯이 그려져 있다. 일명 매직 머쉬룸(Magic Mushroom). 버섯 그림은 이후에도 남아메리카 지역의 벽화에서 심심찮게 발견되었는데 1958년, 스위스의 한 학자가 이 버섯들에 든 환각성분을 실로시빈, 혹은 실로사이빈(Psilocybin)이라고 명명한다.
이 물질이 든 버섯을 섭취하면 환각, 정신 착란, 지각 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음악을 청취하는 중에는 명확하게 들리던 가사가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음절과 음소가 주변 소리에 동기화된다. 마치 자신이 모듈러 신스가 된 것처럼 색색의 케이블이 몸에 박혀 각 소리가 수십 개의 채널을 타고 피부를 뚫어 몸통 안에서 한 개의 스피커로 출력되는 폭발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힙노시스 테라피의 2집 [PSILOCYBIN]은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 성분의 조합이 아닌, 기원전 9000년 전부터 영적인 체험과 치유제로 쓰여 온 버섯과 그가 주는 환상의 감각을 활용한다. 이들이 첫 음반에서 보여주었던 힙합과 전자음악의 경계는 이번 2집의 트랙들을 통과하며 언어를 통한 메시지의 전달보다 전자음악이 제공하는 직관적 체험이라는 방향으로 키를 틀어잡는다. 잔뜩 긴장해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첫 트랙 ‘ACID RAIN’에서는 킥과 베이스와 랩을 비 오듯 쏟아낸다. 맨정신으로 견뎌내던 사회의 위아래가 뒤집히자 그간 갖고 있던 생각들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는 뒤집힌 감각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피처링)와 느닷없는 사운드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개인의 억압된 감정을 내뱉는다. 다소 공격적이고 직관적이며 버퍼링 심한 사운드 스케이프 속에서 가사의 음절과 전자 사운드가 합쳐지며 그 자체로 기표와 기의를 지닌 청각적 기호이자 신호가 된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데, 브레이크비트 위에서 현실을 요목조목 따지는 ‘JONGNO’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온통 뒤죽박죽된 2023년 대한민국의 현재를 감각적으로 풍자하며 혼돈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이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트랙 ‘GROWLING’, ‘SEOUL HOUSE’은 깊고 안정된 하우스 비트를 바탕으로 기분 좋은 레이브의 리츄얼을 선사한다. 만남, 기쁨, 화합, 생성. 분노와 파괴와 부정과 좌절로 둘러싸인 맨정신의 내가 환상의 경험을 뚫고 자유를 만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마침내, 말이 필요 없으므로 제목마저도 언어가 아닌 마지막 두 트랙 ‘@_@’과 ‘^_^’에 다다르면 나도 그제야 웃는 얼굴로 어깨에 힘을 빼고 몸을 흔들어댄다.
아직 이 음반을 듣지 않아 여전히 맨정신인 당신을 조롱하면서 말이다.
글 – 이수정 (축제기획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