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청경채를 씻어 잘랐는데 청경채의 밑동이 장미꽃 같은 거예요.
단단한 꽃잎의 푸른 장미처럼 보였습니다.
먹을수도 없고, 꽃병에 꽂을 수도 없는, 청경채 밑동이 그날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간장 종이에 물을 담아 청경채 밑동을 담아 두었지요.
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청경채 속에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어쩜 저는 그때 청경채를 보면서 저 자신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지만 ‘나도 꽃이다, 내 속에도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있다’ 하고 말이에요.
그 날 청경채가 제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화려하게 꽃피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린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청경채처럼 아름다운 장미를 품고 있을 당신이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평안하길 바랍니다.
안젤라 김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