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브라질 음악, 아메리칸 포크에 두루 영향받은 음악을 들려준 스웨덴 출신의 호세 곤잘레스는 차분하고 내성적이면서 또한 지적인 노래들을 만들어나갔다. 마치 안개처럼 희미하게 흩뿌려지는 그의 기타와 목소리는 음악이 재생되는 곳이 어디든 간에 풍부한 공간감을 만들어냈고 이는 뭔가 사색할 만한 여지를 선사하면서 음악 팬들 사이에서 두루 애청됐다. 심플한 구성과 독특한 세계관이 그의 모든 앨범 안에 존재했다.
[Local Valley]
새 앨범의 포문을 여는 'El Invento'는 스페인어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에 대한 단순하고 원론적인 질문들을 다뤄내고 있는 노래는 2020년 노벨상 시상식의 축하 공연에서 처음 라이브로 공개되기도 했다. 4월에 공개된 싱글 'Visions'의 경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지구의 날 축하 공연의 일환으로 발표되었다. 영상에서는 홀로 숲속에서 라이브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2020년 2월 무렵 유행병의 가능성에 대한 트윗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 곡의 가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세 번째 싱글로 발표된 'Head On'은 박수 소리로 박자를 이어나가면서 과거 호세 곤잘레스의 곡들에 비해 보다 역동적인 형태의 포크 트랙으로 완성됐다. 곡은 온갖 부당한 것들을 가사에 나열하는 와중 대열에 합류해 맞서라며 나지막하게 노래하고 있다. 비디오에서는 호세 곤잘레스가 열창하는 가운데 수학자 존 호턴 콘웨이(John Horton Conwa)가 고안한 '생명 게임'의 수식들이 주변에 펼쳐진다. ‘Swing’은 레이어드 된 가벼운 기타와 드럼 머신에서 해변의 분위기, 그리고 남미 특유의 리듬이 감지된다. 호세 곤잘레스와 과거에도 함께 작업한 바 있던 미켈 씨 칼슨(Mikel Cee Karlsson)의 비디오 또한 차분한 가운데 흥미로운 여름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이 비디오 경우 틱 톡 라이브 스트림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곡에 들리는 백업 보컬의 경우 호세 곤잘레스의 연인 하넬 페른스트룀(Hannele Fernstr m)의 목소리이다.
부드러움과 포용력이 흘러넘치는 멜로디,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호세 곤잘레스 그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신의 세계관을 성실하게 완성시켜낸 호세 곤잘레스는 이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 차분한 동시에 -정치적으로는-급진적인 본 작은 COVID-19 창궐과 탄소 중립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명확하게 우리 자신에게 거울을 들이미는 포크 뮤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