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록에 담긴 현대응악의 정제된 미학
김병덕 제3집 New Trilogy
유럽의 현대음악은 '음악적 즐거움' 이라는 점에서 딜레머에 빠졌있다. 음악학자나 전공자들 사이에서 만들고 들려지는 정도이니 이미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 현대음악은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미학적으로 당위성이 있는 그 아름다움이 대중들의 감성에는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음악으로서는 죽은 것과 다름 아니다. 현대음악은 나름대로의 이론적인 당위성을 갖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현대음 악은 이미 음악의 차원을 넘어 학문이 되어버렸다. 그 학문적 아름다움이 다시 음악적 차원으로 환원된다면 현대음악은 새로운 생명을 가질 수 있으리라.
재즈록 역시 나름대로의 미학적 당위성이 있다. 재즈록은 재즈에 일렉트릭 사운드를 도입, 록 뮤직 특유의 생동감과 힘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감성적인 대중들은 재즈록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중을 의식한 그 그룻에 담긴 내용이 너무 상업적이고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에서 현대음악, 재즈와 포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적 채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음 악세계를 가꾸어 나가는 김병덕은 New Trilogy를 통해서 유럽의 현대음악과 재즈록의 결합을 시도했다. 그는 이 두개의 전혀 관계가 없는 혹은 상반된 음악을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의 구조 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현대음악과 재즈록 모두가 생명을 갖게 되고 새로운 미학의 음체계가 생 겨났다. 김병덕은 재즈록의 그룻에 현대음악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세계 최초로 담아내는데 성공 했다.
앨범 타이틀로 사응된 (New Trilogy)는 약 15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이 작품에서 주선율을 담당하는 클라리넷은 현대음악적 흐름을 보여주는 반면 반주는 생동감 있는 비트의 재즈록으로 다루어진다. 현대음악의 정갈한 선율이 재즈록의 생동감으로 포장된 것이다. 작곡자는 의식적으로 유럽의 현대음악과 재즈록의 접목을 의도했다. 작곡자는 서로 상반된 이 두 종류의 음악의 맹점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의 결합이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리라는 것 을 알았다. 그 결과 새로운 미학의 체계가 가능하리라는 것도 알았다.
(Trilogy)란 3부분 형식을 말한다. 3부분 형식은 여러가지 음악의 형태 가운데 가장 완성된 형태이다. 소나타형식, 가요형식 등이 모두 3부분 형식이다. (New Trilogy)에서는 서주 (Intro)에 이어 4분의 7박자가 2소절 단위로 진행되는 1악장(혹은 제 1파트)이 나오고 이어 4 분의 3박자자 4소절 단위의 2악장 그리고 삽입구(Transition)를 거쳐 4분의 9박자 2소절 단 위의 3악장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악장은 첫악장으로의 회귀를 상징하듯 클라리넷의 현대적 선 율이 재현된다. 각 악장간의 대비가 뚜렷하여 15분이라는 짤지 않은 악곡이 별 지루함없이 다 가온다.
Moderern Dance)는 클라리넷이 현대적 선율을 만들어나가는 동안 타악기의 원시적인 그러나 고도로 숙련된 변박자가 전개된다. 이 두개의 소리가 전혀 상관얼는듯 펼쳐지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 보완적인 작용을 한다 현대와 원시성의 대비를 의도한 작품이다, (The land of morning calm)은 한국적 선율을 의도한 것이다.
(Theme from Herbie Hancock)는 작곡자가 좋아하는 허비 행콕의 작품(Hidden shadow)의 리듬을 차용하여 재창조한 음악이다. 원곡과는 사뭇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을 통해 하나의 악곡을 감상하면서도 그 이면에 내재된 다양한 가능성을 찾는 작곡자의 음악적 접 근방식이 감지된다.
( 등게 등게 )는 오르간, 기타등을 작곡자가 즉흥으로 연주, 단 한번에 녹음되었다. 작곡자는 즉흥 성이 갖는 진실의 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그러한 그의 의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On the night stage) (Walking on the street), (Pure heart)는 작곡자가 재즈록의 본질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곡이다, 세계적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 재즈록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연 손색 이 없는 작품들이다.
이 음반을 작업함에 있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컴퓨터가 많은 부분 사용된 점이다. 컴퓨터는 그 편리상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지만 아무래도 기계라는 점이 인간적인 음악을 만드는 면에서는 취약성 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는 마땅한 연주자를 구할 수 없다는 비극적인 면이 있다. 작곡 자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해줄 연주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작곡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없이 자신의 의도를 컴퓨터에 입력시켰 다 그렇게 이 음반은 탄생하였다. 마스터 테입을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작곡자의 창조력에 재삼 감 탄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쿠스틱한 연주였다면 하는 바램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문제는 후 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93년에 제작된 첫번째 앨범 (항아리 콘첼토)에서 도적인 접근을 보인 그가 이듬해 제 2집에 서는 70년대 록뮤직을 선보였다. 그리고 95년 들어서는 재즈록 앨범이 탄생했다. 그의 음악적 변신 은 끝이 없다. 그는 클래시컬 실내악 작품과 메인 스트림 재즈로 의도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음악의 도에 접근한 진정한 자신의 음악을 만들겠다고 한다,
글-김진묵(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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