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가재발이 17년 만에 새로운 음악으로 돌아왔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1세대 테크노 프로듀서이자 전자음악 작곡가로 활발히 활동했던 가재발은 2005년 <Soundship>발매 이후, 음악보다는 미디어 아트에 전념해 왔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태싯그룹을 결성해 실험적인 음악, 예술, 아카데미의 영역을 넘나들었다.
신작 <Sounds in 2021>은 ‘사운드 아티스트’ 가재발과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재발은 멜로디, 화성, 리듬 같은 음악의 전통적 3요소가 아닌 '사운드' 자체에 주목한다. 뚜렷한 기승전결 대비나 훅이 강한 멜로디 모티브를 배제하고 소리 자체의 질감과 진동에 초점을 맞췄다. 망가진 스피커의 최대 출력을 듣는 듯한 노이즈들은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사인파를 중첩시켜 직접 합성한 소리들이다.
가재발은 <Sounds in 2021>를 통해 소리 자체의 특성과 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선보인다. 17년 동안의 공백기를 거치며 축적된 영감을 바탕으로 현시대의 전자음악을 보여준다.
Fudge in the Sand
노이지하게 들리지만 엄밀히 말해 노이즈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곡은 아니다. 퓨어한 사인파를 중첩시키고 변형시킨 결과다. 모듈러 신디사이저로 노브를 돌리며 소리를 합성하고 리듬을 다듬었다. 컴퓨터의 미디 편집을 활용하지 않고 원 테이크로 녹음한 곡으로, 이 음악이 기록된 매체는 지금의 오디오 파일과 패치를 찍은 사진이 유일하다. Instruments used: Harmonic Oscillator, RG-6, Underwurlde, Grit.
Around 36
묵직하게 반복하는 베이스 위로 현을 뜯는 소리가 특징적인 곡. 실제 연주처럼 들리는 현 소리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로 구현했다. 현이 튕길 때마다 고음부가 미세하게 흔들리며 심벌 역할을 해 난해한 사운드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Instruments used: Skorn da Bask, Saich, Entity Percussion, Sarajevo.
G# in the Chaos
헬리콥터처럼 규칙적인 진동을 가진 소리 위에 순간순간 노이즈가 끼어들며 리듬을 만든다. 이 노이즈는 서서히 점층하다 후반부에서 맨 앞으로 튀어나온다. 맑은 패드처럼 따뜻한 소리가 위로 드리웠다 사라지기도 한다. 제목처럼 피아노 건반으로 눌러 보면 튜닝이 빗나가 있다. Instruments used: VCO-2RM, Stooges, E352, DMF-2.
Broken NY
수록곡 중 가장 테크노스러운 곡이다. 하지만 테크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킥 드럼이 빠져 있다. 전통적인 드럼 소스를 최대한 피하면서 소리 합성 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리듬이 댄서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Instruments used: Mini Mod, Natural Gate, Lyra8-FX, Subharmonicon.
[아티스트 가재발]
가재발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운드 아티스트다. 한국 전자 음악 씬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사운드 엔지니어, DJ, K-POP 프로듀서, 미디어 아티스트로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커리어의 시작은 뉴욕에서 우탱클랜 등의 레코딩 작업에 사운드 엔지니어로 참여한 것이며, 영국에서 발매한 테크노 곡 ‘MULL’으로 한국인 최초로 테크노 음악 챠트 Tune In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0년 초반에는 K-POP 프로젝트 바나나걸을 발표했다. 방시혁과 공동 작업한 ‘엉덩이’가 한국 클럽씬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돌연 태싯그룹을 결성하며 미디어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태싯그룹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미디어 작품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22년 가재발은 솔로 프로젝트로 다시 돌아왔다. 밀도 높은 사운드를 디스토피아 적인 게임 비주얼로 풀어낸 오디오 비주얼 작업을 발표해 한국문화진흥원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