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별은 괜찮을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행성은 앞으로도 수십억 년, 어쩌면 그 이상의 영겁과 같은 시간 동안 계속 존재할 테니까요. 새까만 우주의 외딴곳에서 언제까지고 창백한 푸른빛을 발할 지구의 영속성에, 우리 인류의 존재 유무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겠지요. 소위 ‘지구를 위한’ 다는 식의 슬로건은 전부 ‘우리를 위한’, 혹은 ‘우리 문명의 존속’이나 ‘우리 종의 생존을 위한’으로 바꿔 말해야 할지 모릅니다. 현재 우리 문명의 자연 시스템은 과거부터 행해져 온 여러 인과로 인해 전방위적인 붕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동식물이 먼저 멸종 위기에 처해졌고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에게도 그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났다는 것과 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내쳐진 뒤 갈 곳이 없다는 것. 인류가 다행성종이 되고 무너진 생태계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하여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될 가능성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의 열매를 맛보았고, 이제 우리가 획득한 지성으로 우리 종에 내재한 본성을, 그 선과 악의 옳고 그름에 대해 절실히 재고해 보아야만 합니다.
왜 우리는 우리 손으로 탄생시킨 AI에게 우리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게 인식 시켜야만 하는 것일까요? 마치 영혼이 없는 아이와도 같은, 우리 지성의 집약체인 AI에게 우리가 그렇게 해로운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은 인류 스스로가 집단 무의식 속에서 우리 자신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 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왜 끝끝내 전쟁과 탄압을 반복해야만 하고 역사의 페이지마다 무의미한 피를 묻혀야 하는 것일까요? 속절없이 탄식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요? 팬데믹과, 전쟁과, 기후재난이 우리 삶을 (말 그대로) 지배하기 시작하자
불안과, 공포와, 허무주의가 은밀하게 그 뒤를 따라왔습니다.
우리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생각들에 착취되며 걱정과 우울함에 침잠하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해칠만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시간들이 길어지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갖가지 매체들로 시선을 돌립니다. FOMO와 강박적인 Doomscrolling이 우리의 생각을 마비 시킵니다. 직접 판단하거나 선택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스크롤을 내릴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과각성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 지쳐있고 불쾌한 자극에 중독되었습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컴퓨터의 탄생과 함께, 인류사에서 전례가 없던 기술적 격변 위에서 우리는 전례 없이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HUMANKIND는 우리 인류라고 하는 종, 사람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앨범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져 왔습니까?
문제는 나의 이해가 너무 얕고 얄팍하여, 쉽게 대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차라리 발단이 되어,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는 인식으로 가닿게 해주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작가가, 정작 자신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기적이 일어나야 할까요? 나의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복잡하게 엉켜있는 나 자신을 스스로 해석해 보고자 하였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차 시대적 물음으로 번져갔고 자연스럽게 거슬러 올라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의구심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족의 불행을 자기 대에서 끊겠다고 결심하고, 그걸 실제로 해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겪었던 폭력과 배고픔, 학대나 무관심이 자기 아래 세대나 주변으로 번지지 않게 막아냈습니다. 그 개인이 하나의 제방이 되어 관계 맺은 모든 사람과 심지어 자신의 삶까지 구해낸 것입니다. 그 숭고한 용기는 그 대에서 끊어지지 않고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져 가겠지요. 우리 인간은 그런 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감내하거나 희생할 줄 알며 다른 이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놀라운 인내와 지혜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우리 중 누구도 홀로 선하거나 강해질 수는 없습니다. 인류는 상황과 필요에 맞게 더 옳은 선택을 관철해왔으며 그것이 우리 종의 번영에 핵심적인 축이 되었다고 보아집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 세대에서, 더 이상의 파괴를 끊겠다고 다 함께 선언하고 실행해나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세대가 다음에 올 인류 전체에 대한 거대한 제방이 되어, 우리 문명에 덮쳐올 붕괴와 재난을 막아낸 첫 세대가 된다면 어떨지 말이에요. 어떤 과학자들은 이대로라면 지금의 우리 세대가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붕괴되고 있는 자연 체계와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회 제도에 대한 반향으로, 우리의 가장 어린 세대들은 자기 포기적인 태도를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눈에 띄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중심 축에 서서, 번영에서 붕괴로 치닫는 이 현실을 비틀거리며 겨우 통과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붙잡아 주어야 해요. 우리가 개인으로 행동할 때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전체로써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나 또한 일개 음악가 일뿐 환경 운동가도 과학자도 아니지만, 이제부터는 목소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것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초를 다투기 때문에요.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묻고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 모두 이것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을 때 변화는 가장 빠르게 번져 갈 것이라고. 우리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퍼져있는 허무와 비관은 우리가 외면하기를 그만둘 때 자연히 사그라져 갈 것이라고 말이에요.
이 음반은 시와 음악을 자기 목소리로 삼은 한 표현가가 조금 더 거대하고 넓은 의미의 중요한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에 관한 실험이기도 합니다. 우려와 자기 의심이 뒤따랐지만, 말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끝내 입을 다문다면 자기 목소리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보통의 일개 음악가일 뿐이지만, 나의 확장이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의 확장과 같은 뜻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의 표현 세계에는 대중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온 마음으로 음악에 존재를 부딪혀오는 한 사람, 단 한 사람의 경청자만이 존재합니다.
흔히들 예술가에게는 뮤즈가 필요하고, 창작을 지속하려면 그러한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사하게도 내게는 그 뮤즈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기웃거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뮤즈이자 경청자인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아 준 덕분이지요. 당신의 실존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창작 이유입니다. 우리 공동의 실존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적 치기나 이상에 가까운 아집 또한 부려볼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 노래들이 나의 혼란과 두려움을 식히는데 역할을 했다면 당신에게도 반드시 똑같이 그러할 것입니다.
삶을 온통 점령해버린 무의미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당신의 분투, 넘어질 걸 알고 있어도 다시 내딛는 그 걸음의 자취들에서 내가 쓰고 부르는데 필요한 의지를 구했습니다. 부디 나의 노래들이 이 격변하는 역사적 경첩의 시대에서 매일 생존하기로 결심하는, 우리의 용기에 부합할 만한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심심찮게 과학적 반전이 일어나는 시대입니다.
오래전부터 당연한 것으로 믿어온 사실조차 새롭게 의심하는 시대. 이제 우리가 진정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진 지성은 아주 기초적인 것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인류세의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위대한 세계에서, 끝없는 우주에서.
나는 무엇이고 또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이제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우리 사람의 본성은 선과 악 어느 쪽에 더욱 근거합니까?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
#HUMANKIND.
심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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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UMBLE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양시온
Vocal 심규선
Drums 양시온
Bass 양시온
Guitar 이현승
Piano 박현중
Synth 양시온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강태우, 정결
Midi Programming 양시온
Digital Edited by 양시온
Copyist 양시온
2. Question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양시온
Vocal 심규선
Drums 양시온
Bass 양시온
Guitar 이현승
Piano 박현중
Synth 양시온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강태우, 정결
Orchestra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Piccolo 변미솔
Flutes 변미솔
Clarinets 오인택
Horns 임도은
Trumpets 심정음
Violin 1,2 여소흔
Viola 여소흔
V.Cello 강희현
Midi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양시온
Digital Edited by 양시온
Copyist 박현중
3. Care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이시은
Bass 양경아
Steel Guitar 조창현
Electric Guitar 조창현
Piano 박현중
Keyboard 박현중
Background Vocals 김현아, 박현중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Strings 필스트링
Midi Programming 박현중
Digital Edited 박현중
Copyist 박현중
4. 순례자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양시온
Vocal 심규선
Drums 양시온
Bass 양시온
Steel Guitar 홍두영
Nylon Guitar 홍두영
Electric Guitar 홍두영
Piano 박현중
Keyboard 박현중
Percussion 양시온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강태우, 정결
Orchestra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Piccolo 변미솔
Flutes 변미솔
Oboe 김주혁
Clarinets 오인택
Bassoon 박현중
Horns 임도은
Trumpets 심정음
Violin1,2 여소흔
Viola 여소흔
V.Cello 강희현
Double Bass 송혁규
Midi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박현중, 양시온
Digital Edited by 박현중, 양시온
Copyist 박현중
5. 우리 앞의 세계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신승규
Bass 양경아
Steel Guitar 조창현
Nylon Guitar 조창현
Electric Guitar 조창현
Piano 박현중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강태우, 정결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Violin 1,2 여소흔
Viola 여소흔
V.Cello 강희현
Midi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박현중
Digital Edited 박현중
Copyist 박현중
6. My Little Bird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최기웅
Bass 정가미
Steel Guitar 홍두영
Electric Guitar 홍두영
Piano 박현중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강태우, 정결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Violin 1,2 여소흔
Viola 여소흔
V.Cello 강희현
Midi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박현중
Digital Edited 박현중
Copyist 박현중
7. Sister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김진영
Vocal 심규선
Piano 김진영
Flute 권병호
Background Vocals 김현아, 원현정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김진영
Strings 필스트링
Midi Programming 김진영
Digital Edited 김진영
Copyist 김진영
8. Last Generation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양시온
Vocal 심규선
Drums 양시온
Bass 양시온
Guitar 이현승
Piano 양시온
Synth 양시온
Background Vocal 김현아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Violin1,2 여소흔
Viola 여소흔
V.Cello 강희현
Midi Strings 박현중
Midi Programming 양시온
Digital Edited 양시온
Copyist 양시온 박현중
9. Each & All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최기웅
Bass 정가미
Steel Guitar 홍두영
Electric Guitar 홍두영
Piano 박현중
Background Vocal 김현아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Strings 필스트링
Digital Edited 박현중
Copyist 박현중
10. 살아남은 아이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양시온,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s 양시온
Bass 양시온
Guitar 이현승
Piano 박현중
Synth 양시온
Background Vocal 김현아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String 필스트링
Midi Programming 양시온
Digital Edited 양시온
Copyist 양시온 박현중
11. Periwinkle Blue
Composed & Lyrics by 심규선
Arranged by 박현중
Vocal 심규선
Drum 이상훈
Bass 박현중
Electric Guitar 조창현
Piano 박현중
Background Vocals 이나영, 박현중
Woodwind, String Arranged & Conducted by 박현중
Clarinets 박기훈
Flutes 박기훈
Violin 여소흔
V.Cello 임가은
Midi programming 박현중
Digital Edited 김세정
Copyist 박현중
All Tracks Vocal & Background Vocal Recorded by 최우재, 김태용 @Studio AMPIA
All Instrument Recorded by
1. 박현중 @dingstudio (Track 01, 02, 03, 04, 05, 06, 09, 10 - piano) (Track 03, 05, 06, 09 - Bass) (Track 05, 06, 08, 11 - Strings) (Track 02, 04 - Orchestra) (Track 11 - Background Vocal)
2. 김희재 @CSMUSIC & Studio (Track 03, 09, 10 - Strings)
3. 조창현 @M&m Studio (Track 03, 05, 11 - Guitars)
4. 홍두영 @seongmisanro sound (Track 04, 06, 09 - Guitars)
5. 이시은 @SE Studio (Track 03 - Drums)
6. 최기웅 @M.A Studio(Track 06, 09 - Drums)
7. 신승규 @qqqqq Studio (Track 05 - Drums)
8. 이상훈 @Lee & Lee Studio(Track 11 - Drums)
9. 박기훈 @망포갈 Studio (Track 11 - Clarinets, Flutes)
All Tracks Mixed 고현정 @koko Sound (Assisted by 김경환 지민우 김준영)
All Tracks Dolby Atmos Mixed by 최우재 @Studio AMPIA (Assisted by 김태용)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Executive Producer 심규선
Management / A&R 이승남
Design by 김지혜, 박주경, 이승남
Photograph by 10bit
MV
<Question>
Directed by 10bit
<살아남은 아이>
Directed by 정혜리
<Sister>
Directed by 최지연
<순례자>
Directed by 10bit
Illustration 김지혜, 신유진
Lyric Translation 바른번역
Japanese Translation Supervision Teruhisa FU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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