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아이가 날 보고 아빠래
행복한데 겁나 어깨가 무거워
매일 한숨을 피워 이렇게 가슴을 태워”
어린 시절부터 아빠와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 생각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마흔을 넘겨 얻은 아들이었던 나는 아빠와의 나이차를 극복하기 어려웠고 대화가 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수시로 담배를 피우시던 아빠의 모습과 담배를 피우는 사실을 숨긴 채 노심초사 하며 교회 안에서는 경건하고 충성스러운 집사의 모습으로 있으시던 아빠가 당시 신앙적인 열정이 컸던 나에게는 혼란이었고 상처였다.
나는 담배를 안 피운다. 신앙적인 이유가 아니다. 아빠 때문이다.
2009년 8월 17일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도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겼다. 나를 닮은 아이가 나를 보고 아빠라고 한다. 그렇다 나도 아빠가 된 것이다.
무엇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함 때문일까? 아빠라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아빠가 되고 나니 세상이 더 만만치가 않다. 뜻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그 앞에서 점점 작아진다.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것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지 방법을 몰랐다.
그때 아빠가 피우시던 담배가 생각이 났다. 담배를 피우면 좀 나아지게 될까? 답답함에서 기인한 호기심이 섞인 잠깐의 생각이었지만 느낀 것은 컸다.
아빠도 많이 힘들었겠지, 어깨가 무겁고, 나와 똑같은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니 더 힘드셨을지도, 그래서 아빠는 늘 담배를 피우셨던건가..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담배를 피우시던 아빠의 모습과 이렇게 매일 가슴을 태우고, 한숨을 피우는 내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한숨 내쉬는 그 모습을 보이시기 싫어서 담배연기로 대신하셨던 것은 아닌가,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생겼다.
성격 때문에, 대화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와 가깝지 못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지만, 그것이 종교적인 관점이든, 사회적이든, 도덕적이든 담배를 피우는 것 때문에 아빠를 미워했던 것은 너무나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 후회가 된다. 크게 손해 본 느낌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더 이상 미움도, 아픔도, 슬픔과 헤어짐도 없는 그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많이 힘드셨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때는 몰랐다고 미안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영환-
나영환은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서, 상처받기 쉬웠던 여린 마음을 꾸밈없이 노래하려 했다.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율림이 편곡을 맡아서,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는 연주로 함께 해주었다. 언제나처럼 이대은 엔지니어가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여 풍성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으며 디자이너 솨솨의 폴리곤 아트를 사용한 감각적인 디자인은 나영환의 자전적인 노래에 관심을 이끌어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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