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셀리셀리느 정규 3집 [연가] / 글 남궁인
레지던트 때 처음으로 자취방을 얻었다. 스물네 시간 응급실에서 싸워야만 내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죽음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밤이었다. 그때 셀린느를 들었다. 혼자 셀린셀리셀린느를 줄여서 그렇게 불렀다. 집에는 티브이도 없었고 인터넷도 설치하지 않았다. 암막 커튼 뒤에서 백열등 하나에 의지해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글을 썼다. 잠이 들면 깨어나 다시 응급실로 가던 절망적인 시절이었다. 그때 셀린느는 노래했다. "우리는 함께 길을 걸어가다가, 혼자서 춤을 추는 외팔소녀를 만나고, 우리는 함께 길을 걸어가다가, 깊고 끝도 없는 강을 만나고... 나의 한 팔을 소녀에게 주고, 소녀는 강을 헤엄쳐 나를 멀리멀리 떠나가네."
셀린느와 함께 나는 절망적으로 글을 썼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멀어질 것이라고도 쓰고, 네게 말한다는 것은 내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혼자 듣는 일이라고 썼다. 불 꺼진 방에서 셀린느는, 함께한 시간들은 행복했었지만 어느 날 소녀는 떠나버렸다고, 가만히 노래했다. 나는 그때 이런 문장을 적었다. "적막한 건물의 하얀 옥상, 미술관 옆에서 왼편으로 주의 깊게 스쳐간 사람, 당신은 왜 추운 곳에서만 사랑했습니까. 어쩌면은 혹한에게 묻는 책임입니까. 음악을 들었던 것은 꼭 한 번은 또 크게 울려는 속셈이었습니다."
셀린느와의 한 시절은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절망적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셀린느의 새 앨범을 들었다. 이전의 그는 내게 슬픔을 주는 존재였다면, 오늘의 그는 스스로 슬픈 존재였다. 옆방에서 화장을 하고 외출하는 연인을 떠올리는 구체적 슬픔. 우리의 과거를 후회하고 되돌리기 위해 별이 가득한 곳에 가야만 하는 슬픔. 그 견고하고 투명한 슬픔을 반드시 내보여야만 하는 불친절한 소리들. 꿈과 막다른 바다를 노래하던 그는 조금 달라졌다. 우리는 깨진 유리잔같이 이대로 머물자고, 또 우리가 보낸 특별했던 과거와 모든 미래를 찾아가자고 했다. 그도 당신의 울타리로부터 비롯된 슬픔을 인지해왔기 때문일까. 우리는 제각기 너무 먼 과거를 통과하고야 말았다. 적요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때와 지금, 셀린느는 구부정하게 한쪽 눈을 감고 삐뚫어진 코로 내게 다시 왔다. 죽음과도 같은 잠을 자던 그때와 같이 왔다.
- 응급의학과 전문의 [만약은 없다] 의 저자, 남궁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