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Iron Mixed With Clay]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김일영'의 정규 솔로앨범이다. 전반적인 음악 스타일은 상업음악이나 대중음악과는 거리가 멀고 특정한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Crossover 성향의 Jazz 연주앨범이다. Rock, Metal, Pop, Electronic 등등의 다양한 사운드가 군데군데 섞여 있지만 거대한 흐름과 양식은 재즈라는 음악의 큰 그림자 안에 머무르고 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전통적인 재즈스타일을 뒤로하고, 철저히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테마가 연주되는 중에 솔로들이 난무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테마라인인지 솔로부분인지 에매모호하게 진행되다가 마치는 곡도 보인다. 스케일을 정의하기 힘든 기타솔로들이 빠르게 펼쳐지는가하면 어떤 트랙에선 일렉피아노와 기타의 보이싱들이 순간 충돌을 일으키는 그것 까지도 테마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부분으로 간주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발라드 트랙에서는 영화 OST 같은 느낌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등장하며, 계속 펼쳐지는 코드진행은 특정한 조성으로 분석하기 힘든 다양한 화성학적 시도로 멜로디와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혀 조화롭지 않은 쇠와 진흙처럼, 음악 곳곳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어떤 이에게는 정신없이 들릴지도 모르겠고, 여백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불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Iron Mixed With Clay] 앨범은 그러한 어떤 조언과 불평 조차도 관심없는 듯 자신의 스타일대로 작곡하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음들의 나열상태를 뿜어낸 작곡가의 고집스런 부분이 느껴진다.
100년 넘은 재즈의 역사와 그 세대 속에서 여러 모양으로 빛을 내다 훌쩍 떠나버린 수많은 재즈의 영웅들이... 그들의 삶과 작품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던진 메시지는 창의. 결합. 융합. 수용 이라 할 수 있다. 이 재즈의 정신은 이제 음악이라는 예술을 넘어서, 21세기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자 필수 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재즈 영웅들의 삶은, 창작을 위한 고독이자 음들의 무한한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숙명과도 같은 지독한 외로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순간의 음들을 내뿜는 살아있는 인공지능이라 표현하고 싶다.
지금의 뮤지션들이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너무나 행복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거대한 자본의 지배력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오히려 제한적인 창작안에 소극적인 창의성 안에 갇힌 것은 아닐까.. 재즈라는 음악은 커피숍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인테리어들로 탈바꿈하고.. 도시의 네온사인과 야경이 어울리는 도리안 느낌의 재즈들만이 대중성이라는 명분으로 뮤지션들에게 강요되고 추구되어야 할 의무가 되는 것은 아닌지... 'John Coltrane' 의 빈틈없는 솔로는 여전히 우리에게 시도하라!! 틀을 파괴하라!! 라 외치고 있고 'Miles Davis' 는 무뚝뚝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워라!! 도전하라!! 창의하라!! 라고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Iron Mixed With Clay] 이 앨범만이 그 모든 것을 계승한 시도였다 말하기 어렵지만 기존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사운드를 시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곡들의 제목도 소재가 흥미롭다. "Samson & Donkey's Jawbone" 는 삼손이 나귀 턱 뼈를 들고 블레센 군인들과 벌이는 전쟁을 묘사하였다. 남성적이고 거칠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Moses" 와 "Noah" 라는 제목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의 이름들이다. 대부분 강렬하고 비트감 있는 리듬들 위에 첫 곡에서 끝 곡 까지 무언가를 지독히 말하고 있는 듯한 낮선 기타솔로라인이 인상적이다. 그러다 "Ascension" 과 "Feel Something Lacking" 에서는 기타가 아예 침묵한다. 마지막 곡에서는 재즈음악이라고 하기엔 갸우뚱 할 수 있는 기타스크래칭 소리와 메탈기타 리프들, 바이러스가 옮길 것 같은 여러 가지 FX 사운드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삼손, 노아, 모세... 트랙의 제목을 통해 성경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전혀 성격적이지도 않고 전혀 기독교적이지도 않는.. 오히려 비기독교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운드와 앨범 자켓 등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2017년 2월
트랙리스트
1. Samson & Donkey's Jawbone
2. Moses
3. Ascension
4. Iron Mixed with Clay
5. Noah
6. Feel Something Lacking
7. Warrior
8. Influenz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