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지윤' [The First Memories]
1. The First Memories (04:50)
가족에 대한 기억, 친구에 대한 기억, 주변 모든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
유년의 기억, 학창시절의 기억, 성인이 되어서의 기억,
매일 밤잠을 설쳐가며 그토록 갖고 싶던 물건을 갖게 되었을 때의 기억,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었을 때의 기억...사람은 저마다의 기억을 갖고 산다.
사람에 대한 기억, 사물에 대한 기억, 어느 특정 상황에 대한 기억 등등.
아이러니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은 기억들도 있다.
그리고 결국에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보면 모든 기억들은 현재 아련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아련한 기억의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사람의 기억을 다룬 어느 애니메이션이 생각난다.
이승의 사람들이 더 이상 망자(亡者)를 기억하지 않을 때 저승에 있는 사람은 영영 잊히게 되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한 기억들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다.
2. Red Moon (04:01)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에 항상 동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우주라는 존재에 있어서 가장 큰 경외심을 갖는다.
신비롭기도 하며 반면 두렵기도 하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의 색이 녹색이거나
혹은 달의 색이 붉다면 어떨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공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3. One Day (03:38)
제목 그대로 ‘어느 날’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모든 사람들이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만 음악의 느낌처럼
그래도 발걸음이 가벼운 날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어느 누군가, 어느 날 우연히 이 음악을 듣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삶에 생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Destiny (04:07)
만약에 신이 있다면 그리고 신이 어느 한 사람의 운명을 타고나게 하는 것이라면
신은 너무나 불공평한 처사를 내리는 존재이다.
극복할 수 없는 장애와 질병, 벗어날 수 없는 가난, 국가 간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
거리의 노숙자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이들...
이런 모든 사람들은 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난 것인가.
측은함과 분함,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감정들이다.
그야말로 음악의 홍수시대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홈레코딩의 보편화로 활기를 띠고 있으며, 음악을 발표하는 방식 또한 다양한 경로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해가며 발매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음원사이트에 접속해보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곡의 음악이 유통되고 또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음악 속에는 얼마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존재하며 존중받고 있을까? 발라드, 댄스, 록, 힙합, 포크, 트로트 등 장르를 나누는 이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서 연주곡은 어느 곳에 분류될 수 있을까?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연주곡 형태의 음악이 가진 장르적 취약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티스트와 리스너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다. 올 한 해 국내에서 발매된 연주 앨범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은 종방된,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탑밴드 시즌1’에서 탄탄한 실력으로 주목받았던 밴드‘파티메이커’활동 이후, ‘번디스플레이스’로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 태지윤의 연주곡 앨범이 눈길을 끈다. 보컬로 구성된 밴드 음악이 아니라는 점, 그것도 인디씬에서의 연주 앨범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앨범은, 타이틀인 ‘the first memories와 ‘red moon’ ‘one day’ ‘destiny’ 총 네 곡으로 구성된 Ep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인 연주곡 앨범들이 별도의 가사지가 없는 반면, 태지윤의 이번 앨범은 리스너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 인지 곡별로 해설이 실려있고, 그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겠다.
타이틀인 ‘The First Memories’는 제목 그대로 ‘기억’을 주제로 한다. 소중한 사람이나 사물에 관한 기억, 특정 상황에 대한 기억 등, 아티스트는 이러한 기억을 ‘아련함’으로 규정하여, 전작들에서는 감춰두었던 서정성을 기타에 투영, 듣는 이들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한다. 전작들의 스트레이트함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 의외성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트랙 ‘red moon’은 박진감 넘치는 드러밍과 파워풀한 록기타리프 위에 얹힌 트윈기타의 조화가 매력적인 곡으로 네 곡 중 가장 화려한 플레이의 기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이어지는 ‘one day’는 ‘red moon’과는 다르게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지만 풀 세션 이후의 청량하고 시원한 사운드와 전조로 이어지는 편곡의 탄탄함은 큰 매력으로 다가가 리스너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곡‘destiny’는 ‘운명’이라는 주제가 주는 묵직함을 블루지한 스타일로 해석하여 깊이를 더한다.
오직 기타와 앰프만으로 직업 한 이번 앨범에서, 저 마다의 사연으로 구성된 연주곡 속에는 진심을 다한 아티스트의 마음과 음악에 대한 신념을 느낄 수 있다. 인디음악이 상업성과는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CD와 CDP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작품을 발표한다는 것은 도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고집이라기보다는 음악과 기타라는 악기를 대하는 그의 의지, 신념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작성 : 홍혜주(싱어송라이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