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만든이의 글>
제가 살아온 삶을 떠올려보면
주님 앞에 부끄러운 삶이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어찌 순교자가 될 수 있을지…
십자가를 보며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세리 성지에서 만난 순교자 박원서 마르코는
여느 순교자와 달리 주님께 충직한 종이 아니었습니다.
되려 부족하고 평범한 신앙인에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발각되어 끌려가는 중에
그의 권면으로 형제들이 용기를 얻어 다 함께 순교 하였다고 합니다.
굳이 박원서 마르코를 주제로 삼은 까닭은
살아가며 저지르는 잘못과 죄책감에 머무르기 보다
끝내 하느님 뜻에 귀의하는 삶을 살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공세리 성지 비석에 쓰인 박씨 순교자 3형제에 관한 글>
박의서, 원서, 익서는 삼형제라
의서는 본래 수계(守戒)가 확실하여 회장으로 살며
동네 교우들에게 이익을 많이 받게 하였으며,
익서도 좋은 사람으로 지내고,
원서는 본디 태중교우(胎中敎友)로되 마음이 우람하기로
수계를 잘못하고 노름도 약간하고 서털서털 지내므로
그 형님이 항상 걱정으로 살다가
병인 풍파를 당하여 삼형제 함께 잡혀 수원으로 올라가며 원서 말하되
“내 평생에 천주 공경함을 실답게 못하였더니,
오늘 천주께서 나를 부르셨노라.” 하며 즐거워 장차 말하되
“나는 이번에 올라가거든 졸연(猝然)치 말고
바로 죽여주면 우리 주모(성모마리아)께로 가서 살겠다” 하며
그 형님과 아우를 보고 권면하거늘
의서 그 아우의 그 전 일을 생각하고 마음이 즐거웠음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 마음의 말로 풀어 이르되
“동생, 들어보소. 우리 삼형제 함께 올라가 위주(爲主) 치명하자.” 하고
조금도 변함없이 삼형제 수원으로 올라가서
영장(營將)이 왈(曰)“너 천주학을 하느냐?” 하니
과연 “하나이다.” 하더라.
그 때는 “한다.” 하면 문초 없이 내어 죽이고
“않노라.” 하면 살리는 때라,
두말없이 내어 바로 조사 치명하되
나이는 의서가 60세요, 원서는 51세요, 익서는 45세라.
때는 강생 후 1860년 정묘 삼월이더라.
이 3형제 잡아주기는 유다스 김영진이가 잡아주었느니라.
-병인치명 사적 11권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