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음악 유산,
세대를 넘어 다시 재현하다
올해 새로이 선보이는 Joshua Redman의 프로젝트는 쿼텟이다. 하지만 이 쿼텟은 90년대 그가 들려주었던 전형적인 색소폰-피아노 쿼텟이 아니며 음악적 방향도 무척이나 다르다는 점에서 전체 커리어에서 꽤나 생경한 시도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놀랍게도 이번 앨범은 자신의 친아버지인 색소포니스트 Dewey Redman이 추구했던, 거장 Ornette Coleman의 프리재즈 이디엄을 계승한 ‘Old & New Dreams’ 밴드의 오마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악기편성 또한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Ornette Coleman의 음악세계가 바로 이번 신작의 핵심 토대인 셈. 그러므로 본작의 음악은 과거 Joshua Redman의 다른 작품들과는 별개로 오직 이 작품 자체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이며, 굳이 연결하자면 ‘Old & New Dreams’ 과의 연관성 및 그와 비교해 새로운 점을 짚어내는 것이 본 작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본 작에는 총 8곡의 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6곡은 이번 작업을 위해 Joshua Redman 자신을 비롯하여, 참여 멤버중 한명인 베이시스트 Scott Colley가 새로 만든 창작곡들이며, 나머지 2곡은 각각 Charlie Haden과 Ornette Coleman의 오리지널을 가져와 새롭게 이들 쿼텟이 연주한 것이다. 마치 Ornette Coleman의 오리지널 곡인 것처럼 들리는 테마 멜로디와 연주해석이 담긴 첫 곡 ‘New Year’ 에서부터 오랜 재즈 팬들이라면 60년대 프리재즈의 잔향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Joshua Redman은 이걸 당시 그대로 재현하려고만 하지 않고, 지금 시대에 그들이 가진 소리와 표현방식을 반영시켜 좀 더 모던하고 날렵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해내고 있는데, 이런 모습들은 뒤이은 ‘Unanimity’와 ‘Haze & Aspirations’에서도 뚜렷하게 확인이 된다. 분명히 Ornette Coleman의 비밥, 블루스 라인들이 곡들에서 엿보이지만 그걸 동시대의 재즈가 가진 리듬과 화성진행을 반영해 포스트밥적인 성향 또한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되지 않으며,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좀 더 과거의 음악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이는데, 특히 Charlie Haden과 Ornette Coleman의 작품인 ‘Playing’, ‘Comme il Faut’,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본 작에서 가장 중요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법한 ‘The Rest’ 에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필자는 이 앨범을 반복해 들으면서 ‘왜 Joshua Redman은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남겼던 유산을 새삼 되돌아 본걸까?’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더랬다.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혹은 태어난 지 몇십 주년 되는 해여서? 혹은 ‘Old & New Dreams’와 관련된 기념일이 올해여서? 아니, 둘 다 아니었다. 이에 관한 뚜렷한 이야기가 현재 나와 있지는 않지만 앨범 뒷면에 적힌 Joshua Redman의 라이너노트 전문을 읽어보면 얼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은데, 바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과 이해가 새로이 그의 내면에서 싹튼 게 아닐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음악가로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또한 가슴에 담고 있었으며, 실제로 유년 시절 음악적인 영향은 자신의 어머니 이상으로 크게 받았었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 짐작이긴 하지만 쉰에 다다른 나이에 이르러서 자신의 아버지가 추구했던 음악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가슴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 바로 본 작의 제작 동기가 아니었을까?
1991년도에 Thelonious Monk 컴페티션에서 색소폰 부문 1위로 입상하면서 처음 프로연주자로 데뷔한 게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의 일이다. 지난 세월동안 Joshua Redman은 무척이나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왔었고, 이제 당대 최고의 색소포니스트 중 한 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새롭게 확장시키길 바라는 듯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다시금 새로이 들여다보려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까지 그의 커리어가 지나온 과정을 훑어보면 일관되고 뚜렷한 하나의 지향점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어떤 식의 편성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어나갈지가 일관되지 않고 좀처럼 예측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직 그는 음악적으로 완성되었거나 확고한 틀이 갖추어지지 않은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Joshua Redman의 이런 행보가 일단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의 명성과 유명세라면 젊은 시절 해왔던 익숙한 작업들을 꾸준히 이어나가기만 해도 최소 본전치기는 할 터인데, 그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새로운 무엇, 혹은 과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기 위해 특정한 틀에 안주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20대 초반 처음 재즈 신(Scene)에 등장했을 때보다 더 과감하고 진취적인 태도를 갖추고서 음악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정확히 50세가 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본 작의 음악은 거장 오넷 콜맨이 창조해냈던 위대한 음악 유산을 되돌아보고 그걸 지금 시대에 다시 한번 표현하기 위한 Joshua Redman의 내적 동기가 아주 잘 담겨진 작품이다. 더불어 그의 친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운 감정, 존경심이 음악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어떤 앨범보다 개인적인 성격을 지닌 앨범이기도 하다.
글: MMJAZZ 편집장 김희준 (라이너노트에서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