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곁을 지키기 위한 소소한 사투
“우리는 서로를 간직하려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고 싶었습니다. 함께 한다는 건 묵묵히 서로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변화를 지켜봐주는 일인 것 같아요. 서로 지켜보고, 발견하고, 견디고, 방황하고, 연대하고, 소리치고, 귀 기울이는 이야기를 10곡의 노래로 풀어봤어요. 함께하려는 소소한 사투를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할 만큼의 공간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으면 해요. 일상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따로 또 같이 들어주세요.
-이형주-
이런 음악을 찾을 때가 있다. 서정적인 이야기, 그리고 블루스 리듬. 이형주의 노래가 이런 음악을 디깅하는 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꾸며내지 않고 솔직한 날것의 일상을 가끔은 거칠게, 때로는 대충 그려내는 것이 블루스라면 이형주의 블루스 안에는 그 일상과 세상의 이야기들이 시적으로 수놓아져 있다. 간드러지면서 담백한 목소리는 소중한 것들을 한 땀 한 땀 리듬 위에 새겨놓았다. 1번 트랙, 시작하자마자 블루스 바운스로 몸을 흔들며 듣는다. “나는 어쩜 이렇게 작은 일에 마음 졸일까” 결국에 밖에서 말 한마디 못 하던 이가 방에 들어가 혼자가 되었을 때는 비로소 뻔뻔한 댄서가 된다. 내 소소한 내향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 침묵은 3번 트랙 <사일런스>에서도 계속된다. 향기, 햇살, 사랑은 말이 없지만 밤의 달빛이 그러하듯 내 머릿속에서 슬픈 책을 써 내려가고 있다. 힘차게 시작하는 드럼 소리와 아무도 모르게 반란의 시작을 알리는 베이스기타! 6번 트랙 <반란의 아이들>은 산울림의 <개구장이>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감각을 깨운다. 회색빛 아스팔트를 걷고 있지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던 친구들, 이것은 아마도 투쟁의 기억이었을 것이다. 세상 음악이라는 것이 그렇듯, 이형주의 음악에도 자본주의라는 구조, 혹은 공권력에 맞섰던 기억들이 묻어있다. 나약하지만 진실된 사람들의 투쟁, 처절하게 패배하고 있지만 서로를 꽉 잡은 스크럼, 트럼펫이 그들의 절규와 선포를 노래한다. 희망 하나 없는 전쟁터 안에서도 아무도 모르게 피고 있는 아름다운 꽃 하나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음악가의 특권일 것이다. 이형주의 음악도 그러하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간직>을 들어보라. 그 아름다운 화음에 몸을 맡기면, 그가 마주한 절망의 세상 속에서도 그가 지키려 했던 소중한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의 하루를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는 마음으로 그런 마음씨 하나하나 조심히 고르며 하루를 살아내려는 사람들, 그런 아침을 꿈꾸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다. 찾았다. 이형주다.
-황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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