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당신의 걸음걸이가 참 못나 보였습니다.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에 얹힌 바스러지는 눈 소리
퍽 낭만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밤 모난 곳 없이 유난히 커다란 달과 눈 덮인 골목
주황빛 가로등이 비치는 당신의 붉은 두 뺨, 새어 나오는 입김
눈치도 없이 아름답던 그 모든 것이 미웠습니다.
삼월에도 눈이 온다며 신기해하던
당신은 눈이 녹기도 전에 사라졌네요.
당신이 떠나간 그 골목을 저는 천천히 한 번 더 돌았습니다.
저마저 그렇게 떠나고 나면 당신이 원래 없던 사람이 될 것만 같았거든요.
메슥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풍경과 어울리지 못하는 제 모습이 참 처량하더군요.
당신은 부디 그날을 낭만적이었다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연의 정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