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완전판 (完全版)
래퍼 탐쓴 (TOMSSON)의 정규
'KOREAN CHEF I & II' 시리즈의 1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상편의 딥플로우 (Deepflow)
하편의 라임어택 (RHYME-A-), 맥대디 (Mckdaddy), 도넛맨 (Donutman), 마이노스 (Minos), DJ Wreckx 가 전부 한번에 탐쓴의 주방에 모였다.
1주년 기념 탐쓴 [KOREAN CHEF II] 라이너노트
탐쓴을 알게 된지 몇 해나 되었을까.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듣고야 말겠다는 기세로 일을 하지만, 사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보니 탐쓴의 존재조차 모를 뻔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대구 지역 뮤지션들을 심사하고 그들의 음악을 비평하게 되면서 비로소 탐쓴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게 2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는 탐쓴의 이름을 자주 마주했다. 세상에 래퍼들이 많다지만, 탐쓴만큼 자주 곡을 발표한 래퍼가 드문 덕분이다.
새 음악을 들을 때마다 탐쓴이 보였다. 래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탐쓴. 대구사람 탐쓴. 아직 젊은 탐쓴.
다들 알고 있다시피 한국의 힙합씬은 한동안 요동쳤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왔을 힙합의 인기가 인위적이고 기형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래퍼와 힙합 팬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국 힙합씬은 프로그램보다 넓고 프로그램보다 오래되었으며 프로그램보다 깊다고 말하고 싶다.
대구의 음악씬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좋은 음악이 다 수도권에 있지 않으며, 대구에도 어지간한 장르 뮤지션은 다 활동한다.
탐쓴은 그 중 맨 앞의 증거다.
2017년 1월 싱글 <BITE TWICE>을 발표하며 본격화한 탐쓴의 행보는 어느새 정규 음반만 다섯 장에 이른다.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인지 말해주는 숫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의 양만이 아니다. 탐쓴은 힙합의 인기에 묻어가거나 대구 힙합의 특수성에 기댈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래퍼다.
그는 자신의 삶에 정직하고 예술에 대해 치열하며 힙합 앞에서 당당하다.
자신을 요리사로 설정한 Korean Chef 시리즈의 두 번째 음반 [Korean Chef II]는 탐쓴의 시선과 고뇌,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음반이다.
이 음반에서 탐쓴은 자신을 둘러싼 한국과 힙합씬, 그리고 대구라는 세계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그는 게으르고 안일하며 부당한 목소리에 굴하지 않고 랩으로 싸운다.
대개의 랩이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는 세계와의 전투룰 수행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탐쓴의 랩도 대동소이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탐쓴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이들을 욕설로 모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좌절을 투명하게 써내려가고, 대구에서 랩을 하는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탐쓴의 랩이 진정성을 획득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탐쓴의 새 음반 [Korean Chef II]는 성장하는 청춘의 자화상으로 읽게 되고,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다큐멘터리처럼 보게 되며, 대구 음악씬의 존재와 가치를 증거하는 시금석이 된다.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은 유희나 위로만이 아니다.
음악은 다른 세계와의 조우일 수 있고, 인간에 대한 내밀한 탐구이기도 하다.
쉐프로 분한 탐쓴의 식탁 앞에서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해 만들어낸 탐쓴의 파인다이닝을 마주하면서 빠르거나 느린 비트를 맛본다.
어떤 곡은 맵고, 어떤 곡은 진하며, 어떤 곡은 순하다.
<도마>와 <바이럴>에서 넘치는 자신감과 속도감은 시작부터 그의 요리를 흡족하게 해주고, <허기>에 심어놓은 자신감과 <후일담>의 자긍심은 특제 소스처럼 강렬하다.
창작자로서 진지한 태도를 드러낸 <내 가사의 온도>와 <내 주방에 침을 뱉어라>는 요리 과정으로 표현한 고백과 신념이 묵직하다.
MSG로 손쉽게 맛을 낸 곡은 없다. <맛>으로 표현한 예술가의 일상은 얼마나 고단한지 화려한 조명과 인기라는 환상을 순식간에 깨트린다.
<나 가거든>에서도 탐쓴은 우직하게 밀어붙인다. 진지함으로 버무린 곡들이 끝나고 음반의 후반부에서 다시 내달리다가 음반은 <시작의 장소 : 외전>, <연계 : 외전>, <영남 : 외전> 연작으로 한국 힙합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아 마무리한다.
기획과 마케팅으로 만든 콘텐츠의 시대에도 기획할 수 없는 예술가의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는 끝내 우리에게 온다
글: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