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열정적으로 고독을 그리는 Fenne Lily [BREACH]
호기심 많고 불안했던 펜 릴리(Fenne Lily)의 정체성, 그리고 평화를 찾기 위한 여정이 두 번째 앨범 [BREACH]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사랑과 관계에 대한 문제로 고심한 작품이 전작 [On Hold]였다면 [BREACH]에서의 그녀는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럽 투어 이후 베를린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완성해낸 새 앨범 [BREACH]에 관해 펜 릴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건 마치 편지를 써서 언젠가 고독해질 때 꺼내 읽을 책 사이에 끼워 놓는 것과 같아요”. 20대로 접어들면서 겪게 되는 성장과 깨달음의 과정을 포용하며 때로는 냉소적인 어조로 일기처럼 기록해나간 작품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고 한다. [BREACH]는 그녀에게 있어서 쉽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기묘한 능력의 증거이기도 하다.
본 작은 시카고의 나르활(Narwhal) 스튜디오에서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와 카운팅 크로우즈(Counting Crows) 등을 다룬 프로듀서 브라이언 데크(Brian Deck)가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후 추가 작업의 경우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의 일렉트리컬 오디오(Electrical Audio) 스튜디오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음악 전문매체 모조(MOJO)는 마치 로라 말링(Laura Marling)이 워 온 드럭스(The War On Drugs)를 커버하는 듯하다고 소개하였다.
첫 싱글로 공개된 'Alapathy'는 무기력(Apathy)과 동종 요법(Allopathy)을 융합한 조어로 사운드는 질주감이 있지만 차분한 펜 릴리의 보컬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스톤 로지즈(The Stone Roses)의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Solipsism'은 긴박한 기타 리프와 오르간을 적절히 결합시켜낸 팝 넘버이다. 소셜 미디어 중심 세대의 불안을 다룬 이 싱글은 마트를 배경으로 환각적인 분위기를 담은 비디오를 통해 더욱 완벽해졌다. 은은하고 서정적인 'Berlin'은 확실히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핵심 트랙인데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그녀가 베를린에 혼자 머물 무렵 쓴 곡으로 당시 그녀는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저서 [저스트 키즈(Just Kids)]를 세 번째 읽은 후 였다. 혼자 있는 것에 안락함을 느끼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곡 막바지의 보컬 화음, 그리고 열정적인 피드백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제 갓 20대에 접어든 아티스트라 생각할 수 없는 절제미와 능숙함이 깃든 작품이다. 과거 이 분야의 거인들의 방식을 영리하게 흡수해내고 있는 펜 릴리는 2년의 공백기간을 넘어서는 성장을 과시하고 있다. [BREACH]는 혼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외로움이 던지는 어려움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도전하고 탐구한다. 정직하고 사실적이며 가끔은 얼얼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매혹적이면서도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이 남겨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