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찰흙 빚기 미술시간입니다 아이들 무얼 만들면은 좋을까요 선생님 선생님 네, 이번 시간엔 우리집 식구 아이들 아 우리집 식구 탄이 에이-, 시시해! 모두다 우리집에 같이 사는 식구들을 하나 하나 순이 연이네는 누가 누가 사나 연이 탄광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빨래하시는 우리 어머니 아이들 빨래만 하시는 어머니 연이 개구장이 내동생 석이까지 네 식구 아이들 그리고 또 동생 석이 순이는 어떻게 만드나 연이 뭐든지 잘하는 내짝 순이 아이들 뭐든지 잘하는 우리반 순이 순이 가엾은 우리 할머니 아이들 꼬부랑 순이 할머니 순이 또, 선탄일 하시는 어머니 아이들 아버지도 만드네 순인 아버지가 안 계시잖아? 굴이 무너지던 그 무섭던 밤 돌아가셨지, 가엾게도 순이 아버지 순이 보고 싶을 땐 어떡해... 아이들 그래 그래 그려도 보고 만들어도 보고... 찰흙 빚기 미술시간 재미있네. 매일 같이 이런 공부만 했으면 시험없는 세상은 없을까. 어휴 내일도 오전에는 또 시험 순이 얘들아 아이들 왜? 순이 뭔가 아이들 쉬잇! 순이 이상해 아이들 뭐가 뭐가 뭐가
순이 탄이가 아이들 탄이가 순이 왜 이리 아이들 왜 이리 순이 조용해 아이들 정말 정말 사고뭉치 탄이는 뭘 할까 무슨 장난 또 칠려고 조용할까 어디 좀 볼까 불안해 힐끔 슬쩍 탄이 음매 헤헤헤 아이들 저런 저런 저런 탄이 새끼염소 검둥이님 나가신다 아이들 행여 해가 서쪽에서 뜨을라 탄이 안 비켰다 코 찔려도 난 몰라 아이들 조용하게 지나가면 이상하지 탄이 중학교 가면 요놈 팔아서 아이들 탄이만 세상에서 사라져만 준다면 탄이 자전거를 사실거다 달려 달려 아이들 지금 죽어도 한이 없지 아이들 어- 콰당 탄이 와이코! 아이들 와- 아이들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왜 이리 까맣니 연이 굴속에서 잠자다 세수도 못하고 나왔지 아이들 랄랄랄랄... 탄이 야 너희들 지금 뭐라고 그랬어! 흥! 요것들 봐라, 좋아 뿔을 더 크게 만들어서 붙이고... 누구 것을 망가뜨린다지? 아이들 못본척 못들은척 아무말 안한척 척척척척척 연이 끝날시간 다 돼간다 서두르자 아이들 랄랄랄랄 순이 손도 눈도 코도 입도 다듬고 아이들 랄랄랄랄 연이 아빠 얼굴엔 온통 새까맣게 순이 엄마 얼굴엔 온통 새까맣게 아이들 랄랄랄... 연이, 순이 탄가루도 살짝 살짝 묻혀두고 아이들 랄랄 어어 어어 어어어어 탄이 콰광 아이들 어! 순이 어! 아빠
연이 탄이 너 왜 또 순이 못살게 굴어! 탄이 아빠도 없는게 그런건 왜 만들어 순이 그럼 어때 연이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너 아까 순이가 시험지 안 보여줬다고 그러는 거지! 탄이 이게 확! 연이 때려봐, 때려봐. 느네 엄마한테 일러줄거야 탄이 맘대로 해 연이 탄이 너, 탄이 너, 어? 잰 또 순이야 같이 가, 같이가 순이야, 순이야 같이가... 아이들 음음...
연이 아버지가 안계신 순이 공부 잘하는 내짝 순이 어머니가 선탄일 나가시면 집안일도 잘하지요 모두다 까만집 까만길 까만물 까만산 온통 새까만 탄광 마을에 우리들은 살아요 연이 학교 갔다와서 빨래 걷는 데 엄마가 아버지 도시락 갖다 드리라고 했다. 꿈자리가 사납다고 일 나가지 말랬는데 또 나가셨다. 어떤 아저씨가 굴속에서 도시락을 드시다가 "연이야 너도 좀 먹으렴." 했다. 자세히 보니까 탄이 아버지였다. 나는 굴을 나오면서 굴속에 창문이 있으면 굴속도 환해지고 공기도 더 좋아질텐데 라고 생각했다. 서낭당 앞을 지날 때 돌멩이를 하나 얹어 놓으면서 속으로 "아빠, 어두운 굴속에서라도 밝은 마음으로 일하셔요."라고 말했다. 집에 와서 탄이네 것이랑 우리것이랑 빨래 갖다주고 돈 받아다 엄마 드렸다. 내일의 할 일. 또 시험 휴우, 어른이 빨리돼야 시험을 안 치는데...
에너지 자원에는 음, 석탄, 석유 그리고, 그리고... 순이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왜 이리 까맣니! 석탄 굴속에서 3억년동안 잠만 늘어지게 잤지 순이 잠꾸러기 연이 시험지가 선생님 품에 안겨 들어온다. 시험지가 나누어진다. 나는 굴속이 어떤 곳인줄 안다. 좁은 길에다 모두가 컴컴하다. 그리고 온갖 소리가 나는 곳이다. 잘못해서 연필을 떨어뜨렸다. 연필을 주우려다가 나도 모르게 순이 시험지를 보았다. 내가 못쓴 답을 순이는 썼다.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썼다. 가슴이 뛴다. 큰 죄를 지은 것 같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비워둔다. 휴우, 마음이 훨씬 가볍다. 순이 그래 그럼 탄아 석탄아 그전에는 무얼했었니 석탄 푸른 강물 푸른 숲속 밤나무로 서 있었지. 교실 뒤에 늘어붙은 갖가지 표들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한다. 네모칸에 갇혀있는 동그라미, 세모, 가위표가 우리들의 몸을 대신한다. 우리의 생활과 모든 일은 갖가지 표들이 확인 시켜주고 우리들은 네모칸에 갇혀서 동그라미 표를 받기를 원한다. 교실 뒤에 늘어붙은 갖가지 표들을 나는 미워한다. 그 표안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가 원망스럽다. 순이 그래 알았어 탄아 탄아 석탄아 넌 이제 갈꺼니 석탄 기차타고 멀리 멀리 연탄공장으로 가지 순이 그래 그럼 공장에서 연탄되면 제일 먼저 어디 갈꺼니 석탄 연이네 집 아궁이에 군밤 구워주러 올께 안녕 순이 그래 고마워 잘가 연이 점수를 매긴다. 동그라미 하나 하나 내마음 팔딱 팔딱, 찌익! 어! 줄이 끊어졌어요. 낭떠러지예요, 살려주세요, 아빠-
탄이엄마 연이엄마! 연이엄마! 굴이 무너졌대요, 굴이- 연이엄마 뭐요? 굴이요? 연이 엄마, 어디가? 연이엄마 아이고 하느님 굴이 무너졌대 연이 뭐? 굴이? 그럼 아빠는? 연이엄마 석이 잘 보고 있어! 연이 아빠! 석아, 빨리 일어나 석이 아이 왜 그래 졸려 죽겠는데 연이 아빠가 굴속에 갇해셨대 이 잠보야! 석이 왜? 연이 빨리 업혀, 내 운동화, 운동화 한 짝이 어디있지? 엄마 고무신이라도 신자.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연이 아빠, 다시는 속상하지 않게 해드릴께요. 석이 너도 아빠보고 자꾸 돈달라고 떼쓰지마 석이 알았어, 누나 추워 연이 응, 세타 벗어줄게. 아이쿠! 석이 아야! 왜 넘어지고 그래 연이 에이, 이놈의 고무신이 왜 자꾸 벗어지고 난리야, 이거 니가 들어 석이 응 연이 다시 업혀, 아빠 제발! 서낭당이다. 돌, 돌, 석아 너도 이돌 던져 똑같이 연이, 석이 하나, 둘, 셋, 돌아가시면 안돼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연이 아! 자동차다, 세워주세요, 빨리 가봐야 한단 말예요. 에이 시간만 버렸네, 아빠 제발! ... 한시간도 더 뛰어 온 것 같은 데 괜히 반찬없다고 투정부리고 밥 잘 안 먹어서 힘이 없나 봐요. 엄마 다시는 안 그럴께요 석이 누나, 천천히 좀 가 연이 다 왔어, 조금만 참어 연이엄마 여보- 연이 아빠- 사람들 와- 나왔다 광부1 연이아버지다 연이엄마 여보 괜찮아요? 광부2 저 뒤에 업힌게 누고? 탄이아버지, 탄이아버지 아이가? 연이엄마 아이고 탄이아버지- 탄이아버지- 연이아버지 자, 자, 좀 비키세요, 길좀 비키세요 광부2 아 비키소 좀 탄이 아빠 왜 이래요? 탄이엄마 여보 눈 좀 떠봐요! 탄이 왜 대답도 안해요 네? 아빠! 연이아버지 탄이어머니 빨리 타세요. 탄이도 어서! 연이 아빠- 석이 아빠- 연이아버지 이런 석이까지 나왔어? 걱정들 마시고 추운데 들어들 가세요 아낙1 살아날까? 아낙2 하이고, 몇해전 순이아버지 짝 날라나베 광부2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래이! 연이 엄마! 석이 엄마! 연이엄마 그래, 석이는 엄마주고, 이 세타 입어라. 아니 왜 또 한쪽발은 맨발이야! 이 추운데 연이 어? 내 운동화 한짝 엄마가 신었잖아? 연이엄마 응? 석이 여기, 엄마 고무신 연이엄마 자, 얼른들 가자 연이 아이 따뜻하다, 엄마 연이엄마 응? 연이 우리 아빠 최고지? 연이엄마 왜? 연이 혼자 빠져나오기도 힘드실텐데 탄이 아버지까지 업고 나오셨잖아요 연이엄마 그럴 땐 어떤 아저씨라도 다 그렇게 하신단다, 춥지않니? 연이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 연이엄마 응? 연이 저 탄이아버지가 만약에... 연이엄마 그런 생각하면 못써요 연이 그래도 자꾸만... 연이엄마 돌아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 연이 기도를 해봤어야지, 엄마 우리 저기 서낭당에다 돌얹어 놓고 가요 연이엄마 그러자꾸나 석이 아이, 무서운데... 연이 이런 바보
연이 하늘에 계실 하늘님 땅밑에 계실 땅님, 저는 교회도 못 가봤어요. 절에도 못 가봤어요. 하지만 제 기도를 들어주셔야 해요.
하늘에 계실 하늘님 땅밑에 계실 땅님 두손 모아서 빌어요 한사람이 죽어가요 돌아가시면 안될 분이 제발 살려만 주세요 오래 사셔야 할 분예요 그분이 돌아가시면 정말로 돌아가신다면 탄이 어쩌나 어쩌나 어쩌나 순이처럼 빨래도 못하고 밥을 지을줄 모르는 탄이 오 제발 살려만 주세요 두손 한데 모아 빌어요 하늘에 계실 하늘님 땅밑에 계실 땅님 우리 기도를 들어주세요
전 우리 아버지만 돌아가시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탄이아버지도 돌아가시면 안돼요. 탄이가 우는 걸 처음 보았어요. 탄이가 불쌍해요.
보세요, 이분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들인지.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겠지만 광부아저씨들이 안 계신다면 석탄은 누가 캐지요? 석탄이 없다면 이 추운 겨울밤 우리는 어디시 자나요? 순이아버지도 돌아가셨잖아요. 이제 더는 안돼요. 탄이아버지를 살려주셔야 해요. 그리고 우리 모두도 지켜주세요.
아이들 한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날 친구들 다시 만날땐 얼마나 더 어른되어 있을까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 까지 잘가 잘가 몸건강히 안녕
선생님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탄이아버지께서 일을 하시다가 많이 다치셨어요 그래서 탄이가 학교도 못 나온거예요 오늘 선생님하고 탄이아버지 문병갈 사람 연이 손을 들려다가 순이를 보았다. 순이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꼭감고 있었다. 탄이가 전에 못살게 굴었던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 때 순이가 손을 슬그머니 들었다. 그래서 나도 "저도요 선생님."
아이들 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선생님 여러분들도 공부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모두다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 까지 잘가 잘가 몸건강히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 까지 잘가 잘가 몸건강히 안녕
연이 선생님께서 귤을 한봉지 사셨다. 새하얀 옷을 입은 간호원 언니가 우리를 병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탄이아버지는 온몸을 붕대로 감고 다리는 공중에 매달아 놓으셨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괴물같았다. 순이가 병원냄새가 싫은지 얼굴을 찡그렸다. 탄이어머니께서 귤을 하나씩 주셨다. 우리는 복도로 나와서 귤을 먹었다. 탄이는 귤도 안먹고 다른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안에서 큰소리가 들여왔다. 탄이아버지 아 글쎄 중학교 얘기는 집어치워! 빌어 먹었으면 빌어 먹었지 내 다시는 이놈의 탄광일 안해! 아이고 쑤셔, 내다리 내다리- 탄이 에이 씨!
연이, 순이 중학교도 못가는 탄이 말썽꾸러기 우리반 탄이아버지는 병원에 누우셨고 엄마 혼자서 어떡하나
탄이아버지 탄아- 탄아- 탄이 이놈 어디갔어-, 술받아 오라는데 연이 엄마, 탄이아버지 또 술취하셨나봐 연이엄마 쯧쯧, 다리도 성치않은 양반이 허구한날 술타령이니... 탄이아버지 탄아-, 음, 이놈이 이제 애비말도 안들어 연이엄마 그만 좀 들어가 쉬세요. 그러시다가 도지기라도 하면 어쩌실려구 그래요? 탄이아버지 탄아- 탄아- 뭐? 선탄장엘 나가? 선탄부 노릇해서 잘먹고 잘살아라. 쳇, 탄아- 연이엄마 자식 가르치겠다고 기를 쓰고 다니는 걸 가지고 저렇게 야속하기는 연이 방학내내 순이하고 탄이네 빨래해 주는게 일이다. 요새는 탄이가 뭘 하는 지 통 볼수가 없다. 탄이아버지는 여전히 밤낮 술타령이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난 술이 밉다. 순이 냇물에 주름이 껴있네 연이 쭈글 쭈글 순이 우리 할머니 이마의 주름살처럼 연이 물소리 내면서 떠내려 가네 순이 조올 조올 조올 조올졸 연이 꼬불꼬불 꼬불꼬불 꼬불탕 꼬불탕 내가 아무리 내가 할머니 허리를 펴 줄라고 해도... 연이엄마 자 이제 그만들 하고 읍내가서 목욕들이나 해라. 장도 좀 봐 오고 연이, 순이 와 신난다 연이 내일이 무슨날 인지나 알어? 순이 무슨날인데? 연이 설날이다 요 맹추야! 순이 어? 정말! 순이 할머니 이마의 주름살 쪼글쪼글 내가 아무리 펴 줄라고 해도 아무리... 술집주인 아니 이 양반아 어디와서 행패야? 탄이아버지 술내놔 술 술집주인 술못줘 탄이아버지 왜 못줘! 술집주인 밀린 외상값이나 갚어 탄이아버지 갚으면 될 것 아냐 술집주인 집도 쫓겨나게 된 판에 무슨 큰소리야- 탄이아버지 뭐가 어째? 광부2 와이라노 와이라노, 하이고 탄이아버지 또 술취했네 자 갑시다, 갑시다 광부1 혀도 너무 허는 구만! 탄이아버지 넌 뭐야 광부2 내요, 내! 탄이아버지 비켜 비켜, 술 내놔 술- 광부1 아 그만좀 혀-! 어이-, 여그 대포 석잔만 후딱 주쇼이 광부2 술 먹는다고 뭐가 해결이 되긴 되나 광부1 딱 고놈만 하고 들어가서 좀 쉬드라고, 몸 생각도 좀 혀야지 광부2 그렇게 하소 자, 듭시다, 듭시다 술집주인 아이고 마누라 일 나가지 말라고 들고 팰때는 언제고 월급받아 오니까 노름해서 몽땅 날려? 광부1 그러믄 쓰간디? 탄이아버지 다 갚아준다 다 갚아줘, 보상금타면 다 갚아준다고 술집주인 보상금? 정작 뛰어다녀야 할 사람은 술이나 퍼마시고 애꿎은 연이아버지만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니 원참... 탄이 신문요 신문요 연이 어? 탄이다 탄이 어? 아버지 왜 또 이러세요 광부2 탄이 아이가? 순이 쟤 신문배달 하네
탄이아버지 누구냐 탄이 저요 탄이요 탄이아버지 아니 너 이놈 누가 신문배달 하랬어! 탄이 나보다 어린애들도 잘 한단 말예요 내가 왜 못해요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집으로 가세요 네? 오늘 엄마가 검둥이도 잡아 놓으신 댔어요 탄이아버지 그건 또 왜! 탄이 아버지 잡수시라고요, 제가 그러자고 했어요 탄이아버지 쓸데 없는 짓들은... 탄이 저 신문마저 돌려야 돼요. 얼른 돌리고 술받아 가지고 갈께요. 오늘 월급날이예요. 목발 잘 짚으시고 조심해서 가 계세요. 금방 갈께요. 신문요- 신문요- 광부1 애가 되얏구만 광부2 허허 그 자슥 그거 아 하나는 잘 키아놨네
연이 저녁먹으러 아빠랑 탄이네 집에 갔다. 순이어머니랑 순이도 와 있었다. 흑염소탕을 했다고 큰 잔치를 벌인 것이다. 순이할머니는 오늘 연탄들여 온 것 혼자서 다 나르시고 허리가 아파서 못오셨다. 아빠가 탄이아버지 보상금 드리고 잘 말씀하셔서 탄이아버지가 다시 탄광에 나가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그럼 탄이 중학교 보내 주실거예요?" 탄이아버지 우리 탄이는 대학교도 보내줄거다 연이 광부아저씨들이랑 선탄부 아줌마들이랑 우리들 공부하라고 광차 한 대마다 250원씩 저축을 하신단다. 탄이가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눈위에 막 딩굴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탄이어머니한테 엄마가 보내신 거라고 빨래 품삯을 드렸더니 안 받으시겠다고 했다. 순이하고 나하고 해준거니까 그 돈으로 탄이 자전거 사주라고 했더니 탄이가 또 화를 내면서 싫다고 했다. 그래서 순이할머니랑 우리엄마랑 갖다 드릴 것 한 냄비씩 받아가지고 얼른 나오려는 데 탄이가 뒤에서 탄이 야 연이 왜 또 그래? 탄이 느네집 하고 연이 응 탄이 순이네 집하고 연이 응 탄이 신문넣어 줄께 연이 응, 알았어 탄이 돈은 안내도 돼 연이 고마워
남자애들 속은 정말 모르겠다. 집에 올 때 아빠가 업어주셨다. 중학교 들어가면 안 업어주신다고 했다. 내일은 전부 다 순이할머니한테 새배가기로 했다. 내일의 중요한 일, 탄이아버지한테 갱목 자르실 때 튼튼한 걸로 골라서 똑바로 잘라주시라고 부탁하는 일. 오늘의 반성...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