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앤 프랜즈 … 10 years of wave
10년 정도 일기를 쓴다면, 꽤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그렇다고 여긴다. 생각해보자. 개학을 코앞에 두고 얼마나 마음 졸였나. 내가 아는 호우는 10년의 일기를 제법 근사하게 써 왔다. 가끔은 폐지 모으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도 싶었을 테다. 그런 마음 들 때가 있지 않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따위 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호우도 분명 그랬을 테다.
2012년 연초에 공개되었단 호우 앤 프랜즈 2집 <The Road Along With Friends> 이 후 호우는 조용했다. 음악을 그만둔 줄 알았다. 처음 몇 해는 좀 쉬겠지 싶었지만 해가 지나면서 나는 호우를 음악가로 가수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 때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 호우가 앨범 작업을 한다고 소식을 듣는다. 싱글이려니 했지만 정규 앨범을 그것도 3집과 4집을 동시에 준비한단다. 대구 대명동에 있는 주택을 개조해 만든 스튜디오에 밴드 멤버를 모았다. 곡을 쓰고 연주를 하고, 여느 음악가의 일상과 다름없지만 호우가 써 온 10년의 일기는 이제 사람들에게 보여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 그 동안 이렇게 지냈습니다.
호우 앤 프랜즈 3집은 SAZA 최우준이 디렉팅을 맡았다. 욕심으로 여겨질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정제하기에 괜찮은 판단이다. 9곡의 수록곡은 아마추어 밴드 시절부터 호우가 동경했던 음악들이다. 라디오에서 나오던 음악을 DJ멘트까지 녹음해서 늘어나도록 듣던 시간, 나만의 음악을 찾아다니며 마주했던 공간 그리고 몇 번의 만남과 이별. 누군가는 추억 타령으로 끝내버릴 대상에 상상력을 더했다. 그래서 앨범은 어수선하지 않다. 잘 정리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질서를 들려준다.
그리고 앨범에 기꺼이 함께 해 준 목소리. 김마스타, 씨없는 수박 김대중, 하이미스터 메모리, 김강주, 소울트레인의 임윤정 안수지, 김태범, 빡세는 수록곡 <럭키맨>에서 자신들도 경험했을 여정에 동참한다. 이 곡으로 호우 앤 프랜즈의 3집은 비로소 완성된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그렇다고? 아니다. 10년 동안의 일기에는 호우만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밴드 호우 앤 프랜즈 그리고 친구들. 호우는 어쩌면 쓸쓸하지 않은 10년을 보냈던 것 같다.
반복해서, 라디오에 나오던 음악을 DJ 멘트까지 녹음해서 들었던 사람들. 나만의 음악을 찾아다니며 발품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 그리고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들. 호우앤프랜즈 3집으로 그 시간을 꺼내자. 흔해 빠진 추억팔이가 아니라 이삿짐 정리하며 발견한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마음으로…
대중음악평론가 권오성 .... ....